▲영글어 가는 연밥에 앉은 잠자리에게도 생각이라는 게 있을까가 궁금해집니다.임윤수
가끔은 당장 내일이라도 죽어야 한다면 뭐라고 쓸까를 생각해봅니다.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난장처럼 벌여 놓습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생각들이 꼬리를 뭅니다. 어떤 기억들은 ‘피식’하며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어떤 기억들은 미간을 찡그려야 할 만큼 괴롭거나 고통스럽습니다.
어떤 기억들은 그 아쉬움에 마음이 시려오고, 어떤 기억들은 ‘엉엉’ 소리 내어 통곡하고 싶을 만큼 서러운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각양각색으로 떠오르는 추억들을 하나하나 추슬러가며 시렁에 메주를 달듯 널어봅니다. 그때는 그래서 그랬고, 이때는 이래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그럴싸한 변명으로 책꽂이를 정리하듯 울퉁불퉁한 기억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합니다.
밭갈이를 할 때 쟁기 끝에서 훌렁훌렁 뒤집혀 지는 흙살처럼, 살아온 시간들을 온통 뒤집어 놓고는 밭고랑을 고르듯 지나간 시간들을 골라봤습니다. 그래, 지금껏 살아온 시간을 마지막으로 정리해야 한다면 뭐라고 정리하지?
‘한 세상 잘 살다 간다’는 말을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어느 고승의 임종게를 흉내 내서가 아니라 정말 잘 살아온듯합니다. 물론 그때그때는 괴롭고 버거웠던 일들도 있었겠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것들이 다 사는 재미며 살맛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