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제방둑에 우뚝 선 미루나무임재만
요즘은 미루나무를 시골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아마 쓰임새가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넓은 들판이나 강둑에 서있는 미루나무는 다른 나무가 대신할 수 없을 만큼 운치가 있었다. 미루나무는 키가 매우 커서 온갖 새들과 곤충들의 안전한 쉼터요 어린이들의 동심을 키워주는 마음 좋은 키다리 아저씨였다.
오늘 동심에 젖게 한 미루나무가 거친 비바람에 힘겹게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혹시 비바람에 부러지지나 않을까 자못 걱정스럽다. 점점 날씨는 어두워지고,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장대비가 퍼붓는다. 하천을 날던 새들도 어디로 피신했는지 전혀 기척이 없고, 자동차 천장으로 쏟아지는 비 소리만 요란하다. 미루나무가 비바람에 휘청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창문을 열어젖히자 기다렸다는 듯 소낙비가 차안으로 쳐들어왔다. 하마터면 카메라에 물이 들어 갈 뻔 하였다.
비가 잠시 주춤한 틈을 타서 미루나무 근처로 우산을 쓰고 가 보았다. 미루나무 근처에는 이미 하천 둑이 무너져 복구한 흔적이 있다. 다행히 미루나무는 커다란 가지가 없고, 몸뚱이 가까이에 붙어 있는 잔가지가 대부분이다. 잠시 후 미친 듯이 불어 대던 비바람이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