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개최된다. 8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김만복 국정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번엔 정말 '뒷거래' 없이 투명하게 추진됐을까.
8일 전격 발표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접하면서 우선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토록 가슴 설레며 지켜봤던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과정에 '뒷돈'이 오갔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을 때 받은 충격이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밀사 역할을 했던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북한에 보냈다는 2억 달러의 성격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권 내에서조차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이같은 추진방식은 정상회담 자체의 획기적 의의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작용을 낳았던 것이 사실이다.
'투명성' 강조하는 정부... 평양방문 사진도 공개
정부도 이 점을 의식해서인지 8일 발표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공개하면서 '투명성'을 강조했다. 메신저 역할을 한 김만복 국정원장의 두 차례 평양방문 당시 활동 내용을 기록한 사진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김만복 원장은 우선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6·15 공동선언에 따른 남북한 합의사항이며 그동안 "언제 어디서든 개최할 수 있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천명해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장관급회담 등 주요 납북접촉을 계기로 필요한 경우 특사를 파견할 용의도 있음을 전달해 놓은 바 있다"고 공개했다.
북한도 그간 "정상회담 개최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자세였다고 김 원장은 밝혔다. 그러나 "시기는 주변정세와 남북관계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
남북정상회담 자체가 과거와 같은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 조건이 성숙되면 언제든지 열릴 수 있는 기반 위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회담 성사의 직접적 계기는 7월 초 남측의 '고위급 접촉' 제안이었다. 남북관계 및 현안사항 협의를 위해 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만날 것을 북측에 제안했다.
북측의 답신은 7월 29일에 왔다. '김 국정원장이 8월 2~3일 비공개로 방북해 달라'는 김양건 부장 명의의 공식 초청이었다.
김양건 부장은 평양을 방문한 김 원장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중대제안 형식으로 "8월 하순 평양에서 수뇌상봉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김만복 원장은 서울에 돌아와 노 대통령에게 이 제안을 보고하고, 수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어 8월 4~5일 2차로 방북, 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남북합의서에 김양건 부장과 함께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