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빌 때마다 힘을 덜어주던 나무 빨래판.한미숙
일기예보에서는 지난주에 장마가 끝난다고 했다. 하지만 어제오늘, 하늘은 잔뜩 비를 품고 있다가 갑자기 쏟아지기도 하고 잠깐씩 해가 발끈 났다가는 다시 흐린다. 끈끈한 날씨에 하루라도 씻지 않으면 제대로 잠을 이룰 수도 없다.
끈적끈적한 요즘 같은 날씨에 식구들 속옷은 날마다 빨래통에 쌓이고 세탁기도 덩달아 바빠지며 덜컹덜컹 돌아간다. 땀이 밴 속옷이나 양말은 모아둘 수가 없어 손빨래를 한다. 그럴 때 내 힘을 덜어주는 빨래판이 새삼 고맙다. 화장실에 들여놓고 쓰다가 가끔 베란다 창가에 세워놓고 말려서 다시 쓰곤 하는데 가만 생각하니 이 나무 빨래판이 솔찮게 나이를 먹었다. 나이배기로 치면 할아버지뻘로 빨래판 '옹'이다.
결혼하고 시집에 온 그 다음날부터 나와 함께 한 빨래판. 큰애가 지금 고3이고, 시어머니가 써 왔던 물건이라 족히 20년이 넘었다. 무슨 나무로 만든 것인지는 모른다. 빨래판은 물에 젖어 판판해졌다가 햇빛을 받으면 살짝 휘어지기도 한다. 나무의 성질이 물기를 먹었다가 내뿜으니 그럴 것이지만 '아직도 나는 열심히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