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담은 회갑

환갑상이 아니라 눈물상이다

등록 2007.08.07 15:46수정 2007.08.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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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은혜 철몰라 효도 못하고 철들어 효도하려고 하는데 저 세상 가셨다.


난리통에 이북에다 집과 살림을 다 두고 밤에 몰래 나오다 낮에는 수풀 속에서 자고 또 밤이 되면 걸어서 이남으로 한발 한발 옮기며 발자국 눈물로 이남 땅 어디론가 이영철 할아버지 아들 칠형제와 외동딸 며느리 손자 열일곱 식구 목적 없이 이남이라는 말로만 찾아오는 서러운 이야기.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영내리 산 밑에 움막을 파고 열일곱 식구 네 집 식구가 한 움막에서 아무 살림도 없이 얼마나 고생했나. 어마니 병세는 피난길에 악화되고 결국은 돌아가셨다. 고생한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큰일 땐 서로 만나면 피난 이야기, 언제나 서로 만나면 옛날에 이북에서 많은 전 재산 알토랑 같은 살림 다 두고 온 생각 하면서 이야기 보따리가 터져 나온다.

피난 보따리 소등에 싣고 어머님 편치 않아 소등에 싣고 하루를 오다 보니 엿 싼 보따리는 무거워 떨어져도 몰랐다고 밤새는 줄 모르고 눈물겨운 이야기, 옛날이야기 기가 막혀 허허 하하 웃고 재미나게 지난 이야기 속에 제일 큰어머니께서는 오채와 육채가 말썽이 심해서 그러니 오채 큰아버지 피난통에 오마니 돌아가시고 오마니 생각나면 형수한테 응석 겸 가족들한테만 잘해 주는 것 같아서 점점 더 말썽을 부렸다고 했다.

미안해요 한 번은 육채가, 이용만 우리 아버지 여덟 살 용칠이는 작은아버지 여섯 살, 하루는 아버지한테 자기 바지는 솜을 안 넣어주고 종옥이 바지만 넣었다고 해서 아버지 화가 나서 큰소리로 어미 없다고 괄시해 내가 다 데리고 나간다고 얼마나 소리를 지르고 보따리를 샀다가 풀었다가 하는지 식구들은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데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나가서 방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바지 잘못 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하면서 빌고 또 빌어서 짐을 풀고 보니 소리만 컸지 별로 싼 것도 없었다고 한다.

밤새워 어르신들 이야기 밤새워 듣고 아침식사 준비하는데 아버지 얼굴이 이상하게 검고 힘이 없어 보여서 근심 되는 그때 아침준비를 하는 부엌에 와서 성구야 나 물 좀 달라고 하면서 날보고 웃으셨다. 아버지 눈에는 물이 가득 들었다. 약을 드셔서 어디 아프세요. 아니 아니다, 하면서 안색이 어두워 보였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환갑상 차리면서 집안 어르신들 모두 우리는 자식 노릇 한 것을 자랑하고 이웃 어르신들 모시고 술, 떡, 많은 음식과 즐거운 노래 춤, 마음껏 많이 드시고 하루를 즐겁게 자식도리 다 한 줄 알고 잔치는 끝나고 동네 어른들과 바쁘신 어른들 모두 인사하고 헤어졌다. 재미나게 놀다가세요, 효자 노릇 잘하느라고 우리 칠남매 못하는 노래 춤 모두들 즐거운 손님들과 하루해는 저물었다. 잘했다.

잔치는 끝나고 동네 여러 어른들 칭찬 속에 저녁으로 어두웠다. 모든 설거지를 정리하는데 집안어른들과 우리 형제들이 남아서 피로에 쌓여 힘없이 모두 피곤해 쓰러질 지경인데 어디서 안 돼 그게 무슨 소리야 하면서 우는소리가 들렸다.

웅성웅성 큰일 또 났나, 하고 모두들 안방을 향해 뛰기 시작하는데 벌써 울면서 그게 무슨 소리야 벼락도 분수가 있지 아주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다, 울기 시작했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안엔 벌써 울음바다였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들이 통곡을 하면서 울고 계셨다. 어떻게 나도 같이 울면서 안 돼 정말 안 돼 우리는, 아직 아버지 도움이 필요해.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서로 의지하다가 하늘이 무너진 소리로 육채야 우리가 피난 나와서도 살았는데 병원 가면 못 고칠 병이 어디 있겠니, 하면서 형님들 모두 눈물바다다. 환갑은 울음 천지를 만들고 말았다.


큰어머니 자기가 손질해서 키웠으니 자기 자식이나 다름없이 어려움 없이 자식이나 다름 없었다. 집안은 아수라장이다. 아버지는 암이고 암 말기 아버지 하시는 말씀 자식들이 돈을 잘 버니 고칠 줄 알았는데. 나도 꿈 갔다면서 한숨을 쉰다. 형님 형수님 우리 아이들 아직 어려요 잘 살펴 줘요. 돈 있으면 고치지 이렇게 못 고치는 병이 내게 온다는 생각은 못 했다면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작은아버지, 형님 내가 여섯 살부터 오마니 잃고 둘이 항상 의지하고 살았는데 안 돼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운다.


자식과 형제들을 두고 가야하는 우리 아버지 너무 야속한 암은 어디서 왔나. 두고 떠나야 하는 운명이 너무 안타깝다. 해년 흉년 농사 질 적에 자식 굶길까봐 배고프냐고 항상 사랑이 많으신 아버지 잠시라도 어머니를 못보고는 못사는, 사랑하는 부인과 쥐면 터지고 바람 불면 날아갈까 마냥 고운 새끼들을 다 버리고 젊은 나이 호강 한번 못 하고 많은 고생 끝에 눈물을 뿌리고. 고인이 될 아버지가 너무 불쌍하고 정말 돈 많고 병원 가면 고치는 줄 알았다.

부모님 돌아가시면 산에다 묻는다고 정말 잊고 있다가 부모님에 담긴 글을 쓰라 하니 내 머리에서 영화 필름처럼 생각난다. 자식들은 많고 농사지어 먹고살기 바빠서 생각도 못하고 살았다. 부모님들은 항상 우리를 지켜줄 줄 알았다. 어머님은 알고도 큰일 앞에 자식들 근심할까 차마 말을 못하고 혼자서 냉가슴 밤마다 눈물 세월로 보내셨다.

흉년 농사 속에서도 오직 자식들 굶주림은 자기 살을 잘라내는 아픔처럼 못 보는 부모마음 다 같은 마음이지만 칠남매 위해서라면 무엇이고 가리지 않고 낮에는 들일, 밤에는 초롱불을 켜들고 다니면서 소 마른 먹이를 주어 밤참을 먹이고 집안일을 돌보고 어디도 손 안 간 곳이 없고 혹시라도 집안에 손 안 간 곳을 찾아서 골고루 살피셨다. 3개월 후 그렇게 잠시도 못보고 못살던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자식들을 모두 송두리째 내팽개치고 다시는 못 올 길을 가시면서 이북에서 피난올 적에 너무나 고생하던 이야기를 하면서 숨이 차서 말을 억지로 이어가면서 마지막 칠형제와 누님 한 분에게 죄송하다면서 용서를 빈다고, 용질아 나는 가지만 형님들 많이 있으니 의지하고 식구들하고 행복해라, 눈물을 흐리면서 숨도 차고 말문이 막혀 먼저 가는 나를 용서를 빈다고 형제들 손을 꼭 잡고 숨을 거두셨다.

너무나 부지런한 아버지 먼동 트기 전에 새벽 소여물을 끓여서 퍼주고 아침 찬바람 가르면서 무서운 추위도 장갑 한 켤레 없이 맨손으로 호미와 삼태기를 들고 넓은 벌판에 개똥과 소똥을 삼태기에 담아 차곡차곡 모아 제딴에 한가득 모아 놓고 좋아서 너털웃음 웃으시면서 올 농사야 이만하면 잘 지을 거야 하면서 거름을 마치 보물처럼 아끼시던 우리 아버지다.

일 년 농사는 거름이 반이지 사람은 언제나 아침 일찍 일어나라고 하면서 언제나 부지런하면 밥은 안 굶고 살고 부자는 따로 복이 있다고 하시면서 농사일은 한 만큼 대가가 있고 놀고 잘 먹으려고 하면 언젠가 사기꾼이 될 거니 항상 남의 재산 탐내지 말고 가진 만큼 먹고 살라고 언제나 모두 모이면 공자님 같은 말만 하시던 아버지 말씀. 언제나 내가 살아가면서 남에 돈을 욕심 내지 않고 평생 살아왔다.

오랫동안은 아이들과 먹고사느라고 한 번도 생각을 못하고 내 나이 벌써 칠십 줄 내가 늙으니 모든 지난 일이 더 생각난다. 잘 준비한 환갑상은 눈물상이 되고 원주 기독교 병원에서 퇴원하라는 말을 듣고는 아버지 운명은 돈과는 바꿀 수 없는 걸 깨닫고. 퇴원을 하라는 병원이 야속했지만 고칠 길 없는 병 백약이 무효고 부모님 효도는 옆에 있을 때 잘해야 하는걸. 지금 내가 늙고 힘드니 생각난다.

명절 때 집안 경사에 형수들과 형님들을 만나면 그저 처음 피난 나와서 고생한 이야기 때마다 죽 네 자배기씩 쒀야 하는데 그 죽이 정말 맛있고 지금 흰쌀밥이 그렇게 맛있어, 하면서 옛날 피난길에 엿 보따리를 잃어서 너무 아깝다던 이야기, 서로 자기가 더 고생했다고 하면서 움막에서 살던 이야기, 지금은 대궐에서 산다고 하면서 좋아했다.

덧붙이는 글 | 항상 살아서 잘하는 것이 효도다.

덧붙이는 글 항상 살아서 잘하는 것이 효도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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