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연내 폐지가 무산된 2004년 12월 31일 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당시엔 참여연대 사무처장) 그는 국가보안법 폐지 무산과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탄핵이라도 하고싶다"고 말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다면 현 정치적 구도에서는 어떻게 해야 수도권의 30,40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이미 쉽지 않다. 너무 훼손돼 있어서. 우선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의식을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 참여정부가 우왕좌왕해서 전통적 지지세력을 실망시킨 책임이 왜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직계에게만 있나?
그게 말이 되나, 그들만 몰아 붙이는 게. 그들에게만 다 책임을 지우고 우리끼리 잘 해보겠다는 그런 자세부터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뭘 잘못했다는 것을 다 보여주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합 신당 만들고 한나라당과 양자대결구도를 만들어 놓으면 다 된다? 거기에는 그 표가 어디로 가겠어하는 오만함이 있다. 감동이 없고, 비전도 없다. 오직 정치공학적인 계산만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우선 반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진보개혁세력이 결과적으로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하게 한 것에 대해 집권세력 정치인으로서 반성해야 한다. 그 기반 위에서 확고한 '개혁블록'을 만들어야 한다. 개혁적 노선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미래로 다시한번 가보자고 진정성 있게 호소해야 한다.
386정치인들이 영남표를 가져오겠나, 호남표를 가져오겠나. 같은 세대의 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세대를 감동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으로? 정책과 노선을 포기하는 순간 그들에게 큰 정치의 미래는 없다. 그러면 배지만 달았을뿐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된다.
나도 그들에게 애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20년을 지금의 30·40대가 끌고갈 텐데, 왜 그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장기적으로 미래를 보면서 역사적 안목을 갖고 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소탐대실이다. 이러고 나서 대선에서 지면 총선에서 한나라당 1당독재는 안된다고 표 구걸할건가? 뭘 하겠다는 비전도 없이?
"중도?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진보개혁불록을 만든다? 민노당이 있지 않는가? 우리나라 정치지형은 현재 민노당과 수구보수를 빼면 전부가 중도에 몰려있다. 비민노당 비중도 개혁적 진보라는 비어있는 공간이 있다. 민노당을 제외한 정치권이 노무현을 비판하면서 다 중도로 갔는데, 그러나 그 중도라는 지점은 이미 이명박이 선점하고 있다. 이명박의 정치적 실체가 어떠하건가에.
중도개혁 가지고는 안된다. 여론조사하면 이명박도 개혁적이라고 나오는데 그 착시자들을 가져와야 한다. 이 지점에 대선뿐 아니라 시대적 정신이 있다. 그것을 해내면 기본적으로 20~30%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을 기반으로 해서 중도를 견인해야 한다.
노무현도 386정치인들도 다 '캐치 올(catch all)' 전략에 빠져있다. 모든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다는 것은 우리시대의 화두에 맞지 않다. 그래서 중도 통합노선으로 간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노무현의 당선으로 반부패·반지역주의 화두는 끝났다. 당선되는 순간 사회경제적 비전과 한반도 비전으로 큰 이슈가 이동했다.
내가 6월항쟁 20주년 기념 토론에서도 말했는데, 90년대 시민운동의 허상은 '모든 시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시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내부의 균열, 계층갈등이다. 부동산 문제에서 어떻게 강남북 모든 시민에게 지지를 받겠나. 거기에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도통합론이나 국가-시민 이분법론은 그래서 안된다.
정치는 통합을 위해 있긴 하지만, 균열의 기반 위에서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그러나 배제가 아니라, 균열된 다른 측을 통합해내는 것이다. 즉 자신의 가치를 분명히 하면서 다른 계층을 끌어안는 것이 정치다. 그래서 386이 중도통합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웃긴다. 한국사회는 이미 계급계층적으로 균열해있다. 그것을 어떻게 수렴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일까? 내가 말하기엔 너무 거창한 이야기다. IMF시대 이후 10년간 우리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보면 나오지 않을까? 신자유주의에 의한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개발성장주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로 모아진다.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분단체제의 발전적 극복, 한미동맹 50년체제의 발전적 극복에 대한 새로운 단계의 비전이 필요하다. 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허전해한다. 그 결과는 기존의 익숙한 것으로의 후퇴다. 그래서 이명박의 성장주의 신화에 다시 경도되는 현상이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도권 30·40대가 제대로 된 비전과 정치인이 있다면 다시 흥을 낼 수 있다고 보는가? 있다. 분명히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가 왜 대박이 나고 있나. 우리 사회의 민주·개혁·진보에 대한 사회적·대중적지지 흐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고 있는 핵심적 힘이다.
지난 20년의 민주화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라. 물론 절대적 기준에서는 한계도 있고 오류도 있었고, 우리의 성에 차지는 않는다. 그러나 큰 역사에서 보면 우리만큼 승리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없다. 식민통치, 군사독재 경험한 제3세계 나라 가운데 우리만큼 이렇게 경제성장하고 민주화가 성취된 나라가 어디 있나? 그 저력은 어디에서 왔나? 그것은 특정 정치집단이나 운동권에서 나온 것 아니다. 우리 국민의 저력이다.
우리 국민은 기본적으로 민주적 역량이 대단하다. 김재규가 박정희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간 국민들이다. 80년 전두환의 민주주의 압살을 단 7년만에 바로잡은 국민이다. 그 후 단 한번의 군사쿠테타 시도도 허용하지 않은 국민이다.
"저력있는 우리국민, 가치있는 리더십에 언제나 호응"
그러니까 국민은 준비돼 있는데, 정치인들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말인가? 감동의 포인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포인트는 가치있는 리더십이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화답했다. 국민의 저력을 믿고 원칙과 소신을 갖고 호소할 때, 국민이 화답을 안해준 적이 있나? 늘 언제나 해줬다. 4·19, 부마항쟁, 광주항쟁, 6월항쟁, 가까이는 2004년 대통령 탄핵 때. 국민은 언제나 가치가 있으면 그것이 정의의 편이라면 언제나 나섰다.
386정치인은 당장 눈앞의 배지와 권력에 눈이 멀지 않아야 한다. 그들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정책과 노선을 가지고 진정으로 호소해야 한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본인과 한국사회에 미래가 있다. 단기적으로도 그 노선이 옳다.
양자대결구도만 되면 알아서 찍어줄 거라는 것은 오만한 발상이다. 적극적으로 투표할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 양자대결구도는 정치공학적인 하나의 구도이지, 그게 되면 '자동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손학규가 붙을 때 무슨 기준으로 적극적으로 손학규 선택을 호소하나? 누가 되나 다 똑같은데.
손학규가 범여권의 후보가 되면 한 세대의 정당정치를 후퇴시킬 것이다. 정당이 무슨 필요가 있나? 희대의 코미디다. 정당은 필요에 따라 만들고 그때 그때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하면 된다. 손학규가 후보가 되면 정당정치는 대한민국에서 한 세대동안 실종될 것이다.
올바른 정치인은 자신의 삶의 과정과,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과, 자신이 만들어낸 정책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정치의 영역이든, 시민운동의 영역이든 똑같은 것이다. 그게 아니면 다 장사꾼이다.
여기까지가 김기식과의 대화다. 오늘(7일) 나는 손학규 캠프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한 386정치인을 만난다. 물론 그에게 김기식의 충고부터 전해야겠다. 그의 예상되는 반론은?
3주전에 만나본 대로라면 그는 손학규에 대해 '함께 할 수 있겠다'는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말많은 대통합 신당의 당위성과 의미에 대해 '한나라당 3연패의 역사적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말했다. 아무리 잡탕이라는 말을 들을지라도, 그것이 국민들의 속을 풀어줄 수 있다면 정성들여 그 잡탕찌개를 만들어내겠다는 것.
이 386정치인의 선택 이야기는 내일 <오연호 리포트 - 선택2007대선④>에서 전해드릴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은 이 두 386 가운데 누구의 선택을 지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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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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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왜 대박나는지 아나 386국회의원들 손학규 지지는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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