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보다 축구가 좋은 아이들

아파트단지 아이들 동네 축구에 끼다

등록 2007.08.05 10:09수정 2007.08.05 18:1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이 편가르기 위해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는 모습
아이들이 편가르기 위해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는 모습임재만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놀이터에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다섯 명쯤 모이자 축구를 할 모양으로 둥그렇게 둘러서서 편 가르기 가위바위보를 한다. 짝이 맞지 않아서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나를 보고 같이 축구를 하자고 청한다.


"아저씨 축구 안 하실래요?"
"껴주면 좋지."

아이들의 청에 기꺼이 응하고, 잘생긴 남자 꼬마 아이하고 날씬하면서도 얼굴이 검게 타 건강하게 생긴 여자아이하고 편을 먹게 되었다.

아이들이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임재만
우리 편 꼬마 아이는 공이 무거워 공이 잘 나가지 않을 것 같다. 상대아이들은 준비가 되었는지 잠시 작전회의를 하더니 공을 몰고 들어온다. 이리 저리 빈틈을 보더니 바로 중거리 슛을 날린다. 그 슛으로 우린 너무 쉽게 골을 먹었다. 여자 꼬마 아이는 승부욕이 발동했는지 식식거리며 공을 몰고 상대 골문을 향해 들어가는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슬리퍼를 신고도 드리블도 잘하고 슈팅도 남자 아이들보다 잘한다.

여자아이가 드리볼을 하고 있다
여자아이가 드리볼을 하고 있다임재만
공을 차다 남자 아이들과 축구 규칙으로 말다툼을 할 때면 너무도 규칙을 잘 알고 있어 남자 아이들이 쩔쩔 맨다. 여자 아이가 골을 넣을 때마다 손뼉을 부딪치며 크게 파이팅을 외쳐 주었다. 너무 신이 났는지 공을 신나게 쫒아 다니며 남자아이들과 볼 다툼을 하는데 제법 볼을 잘 뺏고 패스도 잘한다.

꼬마아이가 상대를 보며 공을 멋지게 다루고 있다
꼬마아이가 상대를 보며 공을 멋지게 다루고 있다임재만
내가 보기에 여자아이는 축구 천재인 듯하다. 어린 남자 꼬마는 공을 차는데 매우 흥미가 많은 것 같다. 공을 쳐다보는 눈빛이 매우 진지하다. 하지만 덩치가 작아 아이들과 볼 다툼을 하기에는 너무 어린것 같아 샌님 축구를 한다. 상대편 남자 아이는 공이 멈출 때 마다 규칙을 따지는데 그때마다 여자아이가 해결사로 나선다.


상대편 아이들의 거센 공격으로 골을 몇 골 더 먹었다. 여자아이가 조금 힘이 빠진 듯하여 예전의 내 실력을 보여주자 아이들이 감탄을 연발한다. 그래서 우리가 한골 앞서기 시작하였다. 우리 편의 남자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갑자기 사라진다. 상대편 아이가 찬 공을 몸으로 막아내더니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제법 어디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여자 아이도 집에 운동화를 신고 오겠다면 사라졌다. 사라졌던 여자아이와 남자 아이가 다시 돌아왔다.

아이들이 수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들이 수비하느라 정신이 없다임재만
상대편아이가 멋지게 볼을 차고 있다
상대편아이가 멋지게 볼을 차고 있다임재만
시끄러운 동네축구가 재밌었는지 지나던 몇 명의 아이들이 더 합세하였다. 이 친구들은 축구의 기본기를 잘 갖추고 있었다. 요즘 TV에서 축구 중계를 많이 보다 보니까 아이들도 축구의 규칙이며 공을 차는 솜씨가 제법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시골의 어느 집 마당이나 논배미에서 규칙에 신경 쓰지 않고 축구를 하였는데 그때는 골키퍼가 제일 인기가 많았다.


여자아이가 슛을 하는 순간 상대 골키퍼가 겁을 먹고 있다
여자아이가 슛을 하는 순간 상대 골키퍼가 겁을 먹고 있다임재만
그 당시 이세현 골키퍼, 변호영 골키퍼가 지금의 박지성이나 이영표처럼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이세현, 삼세현의 별칭을 붙여 가면서 동네 축구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축구하다가 신발이 벗겨지면 맨발로 밤늦게까지 축구를 했었다. 오늘 아파트 단지에 들렀다가 오랜만에 아이들과 축구를 하면서 옛 시절을 떠올려 본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볼다툼을 하고 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볼다툼을 하고 있다임재만
이 친구들은 자기가 박지성 아니면 이영표가 된 듯 골키퍼는 없고 총공격, 총수비다 골키퍼는 자유 키퍼제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이들에게는 예전에 내가 놀던 마당처럼 신나는 운동장일 게다. 아이들이 신나는 표정과 운동에 열중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건강한 모습으로 운동장을 누비는 그들을 바라보며 흐뭇했다.

"너희들 축구가 재밌니?"
"예, 공차는 게 무지 재밌어요?" 여자아이가 대답을 씩씩하게 한다.

"컴퓨터 게임이 더 재미있을 텐데?"
"컴퓨터 게임도 많이 하는데요, 축구도 재미있어요."

"엄마가 게임을 못하게 해요. 그래서 축구를 하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그래 잘했다. 축구가 건강에도 좋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좋은 거란다."
"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등짝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여름방학을 맞은 개구쟁이들이 집에서 컴퓨터에 매달려 있지 않고 날씨가 무더움에도 이렇게 씩씩하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건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꼬마아이가 진지하게 공을 쳐다보고 있다
꼬마아이가 진지하게 공을 쳐다보고 있다임재만
요즘 인터넷 중독으로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온종일 매달려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인터넷 중독이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변에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되어 예전의 시골마을 골목이 떠들썩했던 것처럼, 아파트 단지에도 많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웃음소리가 가득 메아리치면 좋겠다.
#충남 공주시 #아파트 #축구 #아이들 #건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5.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