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지역인 칸다하르 지역의 현지인들.전상중
언제 어디서나 기자는 사건의 현장에 있어 왔다. 그래야만 생생한 정보를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취재진들은 지금 모두 사건 현장인 아프간이 아닌, 두바이에 모여서 세계의 유수통신들이 전하는 뉴스를 받아 앵무새처럼, 붕어빵처럼 토해내고 있다.
신문은 복사기처럼 외신이 보내온 기사에 머리글을 어떻게 뽑아야 하는가에 관심 있고 TV방송은 외신이 보내온 영상자료를 적당히 편집하여 마치 자사 특파원이 취재한 것처럼 눈 속임질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언론 들이 해외 취재를 한 보도를 많이 읽고 보아왔다. 오대양육대주를 누비면서 특집이니 심층보도니 특별기획이니 하는 구실로 만든 보도물을 보면서 '국력은 곧 언력'이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 활동상을 현지에서 전하는 KBS 기자나, 연초에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에서 생생하게 한국군의 활동상을 전한 YTN 기자의 방송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에게도 대단한 기자들이 많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독자나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이번 사건의 경우 어느 언론사, 한 사람의 기자도 아프간의 카불이나 바그람에 들어가 생생한 뉴스를 전해주지 않는다. '아프간 정부가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아서'라거나 '다국적군이 취재허가를 해주지 않아서'라는 등의 어떠한 변명이라도 그것은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는 현 실정을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풀 기자단을 구성해 현지에 파견하는 방법 등을 모색해야 하고 현장에 특파하지 못한다면 최소한의 다른 나라 경우처럼 중동지역, 중앙아시아지역 국가의 보도인력 양성에 지금이라도 힘써야 한다.
최초의 종군기자로 나폴레옹의 독일 원정을 최초로 보도한 <더 타임즈>의 로빈슨 기자와 크림전쟁을 보도한 러셀 기자를 꼽는다. 요즘도 세계의 유수언론사들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그 사건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그곳이 어디라도 달려가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곧 시청률과 구독률, 즉 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자의 소명감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계의 사건들을 중계방송하듯 지구촌 멀리서 일어나는 상황을 생생한 모습으로 안방까지 전해줄 수 있는 방송장비들의 등장으로 CNN은 이라크전쟁 상황을 생생하게 보도해 그 명성을 확고히 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로빈슨이나 러셀 같은 기자는 없는가? 우리 언론은 언제까지 앵무새처럼 우리 국민의 관심거리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외국 언론이 보내온 자료를 외우고만 있을 것이며, 복사된 내용만 똑같이 전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개인의 견해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