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능선을 따라 펼쳐진 옛 성곽이승철
내려가는 길은 너무 쉬웠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위험 요소나 힘들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깐 만에 청운대에 도착했다. 청운대에는 한 사람의 젊은 여성문화해설사가 배치되어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그녀가 앞으로 나섰다.
자신을 소개하고 북악산과 성곽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쪽 능선 숲 속에 하얗게 서 있는 바위가 보이지요? 저 바위가 바로 촛대바위입니다."
"그럼 저 바위가 바로 일제가 쇠말뚝을 박아 놓았다는 그 바위 맞습니까?"
듣고 있던 등산객 중 한 사람이 그녀의 설명 중에 불쑥 묻는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쇠말뚝을 제거하고 없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모양이 촛대처럼 생겼습니다. 내려가시다가 한 번 들려 보세요."
그러나 그녀는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상냥한 모습으로 친절하게 설명을 아주 잘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아가씬지 아줌마인지, 이곳에 와서 이렇게 문화해설을 하려면 산을 자주 올라올 텐데 왜 그렇게 뚱뚱합니까?"
이번에는 또 다른 사람이 엉뚱한 말을 툭 던졌다. 70세쯤으로 보이는, 그러나 건장한 노인이었다. 순간 설명을 하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는 듯했지만 그녀는 곧 평상심을 회복하고 흔들림 없이 설명을 계속했다.
그 노인은 다행히 더 이상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일행들과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지며 노인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노인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저 아래쪽을 보십시오, 왼편으로 성벽이 구부러지며 튀어나온 곳이 보이지요, 그곳을 곡장이라고 합니다. 구부러진 성벽이라는 뜻입니다. 그곳에도 문화해설사가 배치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설명이 끝난 다음 우리 일행들은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