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실천은 아픈 사람들이 먹는 병원급식과 다음 세대를 위한 학교급식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김치와 쌀을 유기농으로 제공하고 있는 상지대 학생식당.함박은영
석유고갈과 함께 한국농업의 유일한 대안은 바로 유기농이다. 더 이상 농약을 친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농촌과 농민을 살리자'고 말하는 위선은 그만두어야 한다.
농촌과 농민을 살리자고 도시민들에게 호소하려면 우선 농업 자체가 생명살림과 생태순환의 유기농이어야 한다. 또 우리가 먹는 식품만큼은 생산지와 생산농민과 교류를 통해 구입해야 한다. 시장에서 얼굴 없는 식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직거래로 얼굴 있는 식품을 공급받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이상한 '독약'을 '음식'이라고 먹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 등 멀고 먼 이역만리에서 배를 타고 운반돼 온 먹을거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훈증을 비롯해서 다양한 살균처리법으로 우리가 먹는 라면이나 국수의 원료인 밀은 사실상 농약으로 뒤범벅된 독약에 다름아니다. 하긴 한미FTA가 체결되고 나면 이런 말도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생산 농민을 알 수 없는 시장의 식품은 대부분 이같은 비양심과 이윤극대화의 믿을 수 없는 식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바로 우리 이웃집에서 생산된 상추가 몇 번의 유통단계를 거쳐 농수산물도매센터로 갔다가 다시 몇 번의 유통단계를 거친 뒤 비로소 동네 대형유통점의 판매대에 올라오는 지금의 식품 유통 구조는 정말 기괴하기 짝이 없다. 푸드마일(식품의 유통 거리)이 길면 길수록 그 식품의 안전성은 믿을 수가 없음은 상식이다.
'유기농'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비싼 중산층의 먹을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노동자나 도시 서민들의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식품비는 이제는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가운데 절반이 또한 외식비이다.
유기농으로 전환한다 해도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몸과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과 유기농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다. 지금 당장 주판을 갖다 놓고 계산해 보라. 아니 그런 숫자 계산보다 오늘 점심을 농약으로 뒤범벅된 석유를 먹을 것인지 건강한 유기농 식품을 먹을 것인지 판단해보라.
특히 학교에서 우리의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게 유기농 식품을 먹이지 않는 것은 범죄행위와 다름없다. 병을 고치는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유기농 식품을 공급하지 않는 것은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파렴치한 짓이다.
더구나 2006년 하반기부터 건강보험으로 병원 급식비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며, 그 정도 액수의 급식비면 아주 훌륭한 유기농 식단으로 전환하고도 남는다. 병원 급식이 유기농으로 전환되지 못할 그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
땅에 뿌리박은 공동체는 사람 냄새가 나는 우정과 환대의 공동체이다. 시멘트 포장도로 위에 세워진 석유사회는 공동체가 아니라 갈기갈기 찢어진 섬들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건강한 인간관계와 자연과 조화되는 심성을 길러주고자 한다면, 나아가 석유문명을 극복하고 미래의 식량위기에 대처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유기농 생산농가를 찾아가 유기농 직거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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