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형규 목사에 이어 심성민씨가 아프간 탈레반에 의해 추가 살해된 7월 31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아프간사태 평화해결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미국의 아프간 점령과 한국군 파병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와 관련,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탈레반이 수감자와의 맞교환을 주장하는데, 이는 우리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며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방관자가 되지 말고 선량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 2일 오전 한나라당 등 4당 원내대표들과 함께 미국측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 떠나기 앞서 "아프간 당국도 그렇지만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UN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2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미국 대사관측에 전달했다. 한국인 인질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가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정 전 의장은 공개서한에서 "우리 국민은 지금, 납치된 23명이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었다면 미국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행동했을 지 묻고 있다"면서 "한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비롯된 만큼 미국은 제3자가 아니라 당사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정 전 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탈레반 세력이 제시한 포로 명단에는 미국이 관할하는 포로들이 포함되어 있고, 아프간 정부 역시 미국을 의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대부분 국제사회의 생각이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천정배 의원은 "미국도 테러세력과 협상한 적이 있다"며 미국 정부가 탈레반과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이 테러세력과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국은 2006년 이라크 통신원 질 캐롤 사건, 2000년 에콰도르 미국 민간인 납치사건, 1999년 콜롬비아 미국 인질 사건 등 테러세력과 협상을 했던 점을 상기하고 이번 사태에서도 인질들이 자국민이라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질 캐롤 사건'은 지난 2006년 1월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의 프리랜서 기자 질 캐롤이 바그다드에서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가, 미국이 수용소에 억류하고 있던 이라크 여성 5명을 석방시키면서 풀려났던 사건을 말한다.
강혜숙·우원식·유승희·최규성·홍미영 의원 등 열린우리당 및 탈당파 의원 33명도 이날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위해 미국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고, "납치단체는 수감된 동료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다"면서 "수감자 석방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어쩌면 결론은 간단하다"면서 "우리 정부가 '한·미 동맹의 공고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듯이, 이제 미국이 '공고한 한·미 동맹을 위해' 우리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 된다"고 강조했다.
범여권 인사들이 '미국의 역할론'이라면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미국의 책임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미국이 인질 석방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인의 안전은 알 바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미국 정부의 경직된 원칙 때문에 인질이 추가로 살해된다면 반미감정은 '효순·미선 사건' 때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영길 의원도 "테러단체와 협상은 없다는 미국의 태도는 무관심이고 무책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심상정 의원은 "침략전쟁과 파병 강요가 가져온 것은 더 큰 참화이고 더 큰 테러"라고 말해 파병부대의 즉각 철군을 요구했다.
[한나라] "제2의 무슨 사건 만들려는 유치한 움직임"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