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사회자와 토론자(왼쪽부터 유병용, 도진순, 김득중).김영조
미군 "목표물 없지만 읍내에 쏟아 부었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서울대 김태우 강사는 '한국전쟁 초기 미 공군 전투기의 전선부근 민간인 공격양상과 노근리 사건의 위상'이라는 발표에서 공군 작전일지 등을 중심으로 미 5공군이 어떤 지휘체계를 통해 어떤 방법으로 폭격에 나섰는지를 밝혀 관심을 끌었다. 김 강사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실제 제5공군 전투기가 전선 부근 민간인 거주 지역을 공격한 이유는 적 병력과 보급품을 직접적으로 파괴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북한군 병력과 보급품을 찾아내기 힘든 상황에서 빠른 시간 내에 무기를 소비하기 위한 목적이 더욱 컸다.
전투기들이 연료부족의 압박감 속에 목표구역 상공에서 10여 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만 머물 수 있는 물리적 한계에 의해 전술항공기 통제반(TACP)이나 모스키토와 접속하지 못할 경우 전선 인근의 우연적 목표물을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관련한 자료로 9월 20일 오후 4시 40분에 이륙하여 6시 15분에 기지로 돌아온 제49전투폭격전대 제7전투폭격대대의 일개 편대 일일임무보고를 들었다.
"해머(Hammer)의 통제에 따르라는 지시를 받았다. 해머는 목표물이 없지만 김천으로 갈 것을 지시했다. 로켓과 50구경 기관총 탄환을 읍내에 쏟아 부었다. 읍내에 남아 있던 가옥들과 건물들에 9x5인치 고속 로켓과 50구경 기관총 탄환을 발사했다. 두 발의 로켓 직격탄으로 창고 두 곳을 파괴했고 4채의 건물에 피해를 줬다. (중략) 김천의 1/3 정도가 화염에 휩싸였다. 김천 부근에서 어떤 적 병력이나 움직임도 볼 수 없었다."
이 발표를 들은 청중들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세계 최고라고 뽐내는 미국 공군이 제대로 된 전략이나 정보에 따라 폭격을 한 것이 아니고, 빠른 시간 안에 무기를 소비하기 위해 크고 번듯한 건물을 주 타깃으로 삼아 마구 탄환을 쏟아 부어 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데에 경악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