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마을버스송유미
왠지 무슨 무슨 동보다 마을이 좋고, 그냥 버스보다는 마을 버스가 정겹다. 마을 버스 정류장도 그렇지만 마을버스를 타면 왠지 고향길의 버스를 탄 것처럼 편하다. 가격도 싸고 버스 안도 널널하고 요즘은 냉방까지 잘 되어서 마을 버스를 타고 한 바퀴 일부러 돌기도 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세상 돌아가는 소식과 사는 이야기에 귀를 열면 단편소설 읽는 것처럼 재미날 때도 있다. 남의 이야기 듣다보면 괜히 재미난다. 핸드폰으로 떠들어 대는 이야기도 왠지 코믹하게 느껴진다.
"남이 장에 간다고 씨오쟁이 짊어지고 따라간다"는 속담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 속에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나도 저런 옷을 입어봐야지, 그런 견물생심들이 북적이는 사람 속에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더구나 자식들과 각각 떨어져 살고 있는 할머니들의 말씀처럼, 사람 구경보다 더 좋은 구경이 없는 것이다.
피서는 사람 구경, 피서지에 갈 수 없는 처지의 우리 동네 할머니들은 이 여름 사람 구경으로 피서를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문명이 아무리 발달되어도 안 바뀐다.
마을 버스 정류장은 마을의 공공장소, 서로들 얼굴을 몰라도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묻고 어디가서 무얼 사왔냐고 묻고,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서로 만나 새 이웃을 아는 만남의 장소이다.
한 동네 살고 있어도 몰랐던 아는 사람도 우연히 만나고, 서로들 사는 이야기 털어 놓다보면 자연스럽게 혼담도 오고 가고,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고 또 다른 좋은 인연을 알게 된다.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이 작아지고 자가용이 많아질 수록 도심을 벗어난 버스 정류장은 한적하기 짝이 없다. 사람들 사이에 살아도 어느 시인의 시처럼 사람 곁에 있어도 외로운 시대, 그래도 우리 동네 마을 버스 정류장은 사람 사는 동네처럼 훈훈하고, 늙은 느티나무도 사람이 좋은지 오늘 따라 유난히도 푸르다.
아름답게 늙는 법은 어디서 배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