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걱정말고 거기서 편하게 잘 있어"

[현장] 고 심성민씨 빈소 분당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등록 2007.08.01 18:11수정 2007.08.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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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 경남 도의원이 아들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 경남 도의원이 아들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오마이뉴스 이경태

"좋은 곳으로 가거라. 거기서도 네가 좋아하던 사람 돕는 일 하고. 이곳에 남은 가족들은 걱정하지 말고 거기서 편하게 잘 있어라."

심진표 경남 도의원은 고 심성민(29)씨의 영정을 매만지며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 긴 인사를 건넸다.

심 의원은 아들의 영정을 계속 만지면서 그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경기 분당 서울대병원 영안실 뒤편 가족실 앞에 서 있던 심씨의 넷째 이모 김정희(49)씨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손수건으로 막고 있었다.

고 심성민(29)씨 빈소가 1일 오후 3시 30분 경기 분당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마련됐다. 심씨의 동생 효민(25)씨가 영정사진을 들고 영안실로 들어왔다. 효민씨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제가 침착해야 한다"며 슬픔을 애써 누르고 있었다. 현재 어머니 김미옥(61)씨는 아들의 피살 소식을 듣고 실신한 뒤 서울 구로동 심씨 누나의 집으로 옮긴 상태다.

심씨의 빈소가 마련되기 전부터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모여든 조문객들도 "참담하다"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슬프겠냐"며 침통함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5시 30분 현재 심씨의 조문객은 10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유가족들은 빈소 설치 이후 영안실에 마련된 가족실에서 내일로 예정된 시신 운구와 장례 형식에 대해 논의를 계속했다. 경기 분당 샘물교회에서도 5명의 신도들이 심씨의 장례를 돕기 위해 나와 있었다. 권혁수 분당 샘물교회 장로는 "교회가 장례식을 앞장 서서 치르지는 않지만 할 수 있는 한 유가족들을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씨의 매형 신세민(33)씨는 "이번 장례식에 들어오는 부의금은 고인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신세민씨와 동생 효민씨는 내일 인천공항에서 심씨의 유해를 인수받을 예정이다. 심씨의 유해는 2일 오후 4시 45분 아랍에미리트 항공편(EK322)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심씨의 장례는 동생 효민씨가 상주를 맡아 사흘간 기독교식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신세민씨는 "비록 부모님이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고인의 종교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전했다.

심씨 유가족, 의료연구용으로 시신기증


한편, 심씨의 유가족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그의 시신을 의료연구용으로 서울대병원에 기증키로 했다고 밝혔다. 심진표 경남 도의원은 "아들을 한줌 재로 만드는 것보다는 의료연구용으로 기증해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아들의 뜻에 맞다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청송 심씨 10대 종손으로 독립유공자 심재인(1918~1949) 선생의 손자다. 가족들은 "심씨가 어릴 때부터 시각장애인이었던 고모를 보고 자라 장애인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심씨는 지난해부터 정신지체, 뇌성마비, 다운증후군 장애인들의 모임인 샘물교회 '사랑부'에서 교사로 활동했다.

지난 31일 이헌주 샘물교회 목사는 "'사랑부' 학생인 뇌성마비 장애인 조혜숙(37)씨가 평소 자신에게 잘해주던 선생님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목사와 같이 취재진 앞에 선 조씨는 힘겹게 "선생님은 좋은 분이었다"고 말하다 울음을 터뜨려 유족과 교회 관계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셨다.
#심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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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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