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분꽃윤희경
분꽃도 시리고 서러운 전설을 갖고 있습니다. 옛날 폴란드의 한 성주가 자식이 없었습니다. 자식을 점지해달라고 신에게 기도를 올렸습니다. 기도발이 통해 자식은 주었지만 딸이었습니다. 성주는 욕심쟁이어서 아들을 낳아 후계자로 삼고 싶어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남장을 시켜 이름도 '미나비니스'라 하고 남자처럼 교육을 시켰습니다. 활쏘기, 말 타기, 사냥 법, 술과 담배도 남자처럼 마시고 피우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남장소녀는 어느새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남자는 성주의 부하였습니다.
참다못해 어느 날 이 사실을 성주에게 고해 용서를 빌고 결혼을 허락해 달라 했습니다. 그러나 욕심쟁이 성주는 이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소녀는 갖고 있던 칼을 땅 바닥에 꽃아 놓고 처음으로 여자처럼 울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 여리고 시린 꽃 한 송이가 피어났으니 '분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까, 분꽃은 오늘도 여러 색으로 변해갑니다. 아마도 소녀가 남장을 벗고 성 전환의 몸부림을 치느라 색깔이 변하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