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민씨 유족 "남아있는 21명이 무사히 돌아오길"

유족들 시신 기증을 위해 조속한 시신 운구를 정부 측에 요청

등록 2007.07.31 18:21수정 2007.07.3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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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피랍된 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된 고 심성민씨가 활동하던 샘물교회 장애인들을 위한 예배학교 '사랑부' 조혜숙씨가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피랍가족대책본부에서 21명 피랍자들의 석방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피랍된 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된 고 심성민씨가 활동하던 샘물교회 장애인들을 위한 예배학교 '사랑부' 조혜숙씨가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피랍가족대책본부에서 21명 피랍자들의 석방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아프간에서 두 번째로 피살된 심성민(29)씨의 아버지 심진표 경남 도의원은 31일 오후 3시 40분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은 참된 봉사와 사랑의 일을 하다 유명을 달리했다"며 "유명을 달리한 아들은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공포에 가슴이 짓눌리고 있을 21명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평소 남달리 의리에 밝고 좋은 일을 실천했던 놈이 이제 애비 에미 곁을 확실히 떠났다고 하니 부모로서 할 말이 없다"며 비통해했다. 그러나 정부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가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서운함이 들지만 정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아들이 평소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혜화동 서울대병원에 시신을 기증해 그 마음을 이어나가고자 한다"며 유족들의 입장을 밝혔다.

"가족의 비통한 마음에 돌을 던지지 말아 달라"

조혜숙씨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조혜숙씨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현재 심씨의 시신은 동의부대에 보관 중이며 유족들은 시신 기증을 위해 조속한 시신 운구를 정부 측에 요청한 상태이다. 또 유족들은 시신이 도착하는대로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장례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심씨의 이모 김정희(49)씨는 심 의원이 말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김씨는 "더 이상 탈레반이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볼 수 없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국민들도 피랍된 한국인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사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또 김씨는 심씨의 봉사활동 사진을 취재진에 보여주며 "조카의 순수한 뜻을 선교활동이라고 매도하는 악플을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어려운 이들과 생명을 돌보러 간 아이라며 가족의 비통한 마음에 돌을 던지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심씨가 건강 이상으로 두 번째 희생자로 지목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 "평소 집에 내려와서도 2Km 구보를 하고 수영을 즐기는 등 아주 건강한 아이였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심씨의 봉사활동과 관련해 부자간의 논의나 갈등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교회를 다니는 것도, 봉사활동을 나가는 것도 몰랐지만 아들이 이날까지 속을 썩이거나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한 적이 없다"며 "만약 알았더라도 믿고 '무사하게 다녀오라'고만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피랍된 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된 고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씨와 이모 김정희씨가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피랍가족대책본부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피랍된 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된 고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씨와 이모 김정희씨가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피랍가족대책본부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육성 공개... 하루만에 꺾인 가족들의 희망

30일 공개된 육성에 대해 심 의원은 "피랍되고 십여 일간 마음을 졸여왔는데 육성을 들어보니 민가에 있는데다 건강한 것 같아 마음을 놓았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호사다마라고 하는데 이런 일이 아니겠냐"며 "서울에 올라가기 전까지만 해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탈레반에게 "지구촌의 모두가 형제고 한 식구다"며 "더 이상 희생자를 만들지 말고 21명의 피랍자들을 어서 석방하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 심 의원은 로이터통신과 전화통화를 통해 아프간에 억류 중인 인질 21명의 석방을 촉구했다.

한편, 심씨의 가족들은 31일 새벽 1시 로이터통신이 한국인 인질 1명이 살해됐다고 보도한 지 4시간 만에 분당 피랍가족 대책 본부에 도착했다. 심씨의 어머니 김미옥(61)씨는 흐느끼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심씨의 가족들이 사무실로 들어가고 3시간이 지나도록 김씨의 통곡은 그치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오전 7시 45분께 실신해,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샘물교회에서 별도로 마련한 안정실로 들어갔다.

피랍가족들을 돌보고 있는 이헌주 목사는 "김미옥씨가 많이 힘들어하시고 다른 가족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안정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직도 김씨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정실에서 링거 주사를 맞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유족들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심씨가 2006년부터 담임을 맡아 활동했던 샘물교회 장애인 예배학교의 학생 2명도 나와 21명 피랍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취재진 앞에 선 학생들은 어눌한 발음으로 "선생님은 좋은 분이다", "사람들을 빨리 풀려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피랍된 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된 고 심성민씨가 활동하던 샘물교회 장애인들을 위한 예배학교 '사랑부' 조혜숙(왼쪽)씨와 김민지씨가 21명 피랍자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피랍된 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된 고 심성민씨가 활동하던 샘물교회 장애인들을 위한 예배학교 '사랑부' 조혜숙(왼쪽)씨와 김민지씨가 21명 피랍자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아프간 #심성민 #탈레반 #피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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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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