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별일 없었어?"

[호러공연예술제] 고골의 작품을 재창조한 극단 명품의 <비이>

등록 2007.07.31 15:28수정 2007.07.3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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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명품의 <비이>는 젊은 배우들의 독창적인 신체언어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극단 명품의 <비이>는 젊은 배우들의 독창적인 신체언어로 관객을 사로잡는다.서상일
극단 명품의 <비이>는 러시아 작가 고골의 작품을 독창적인 신체언어로 재창조한다. 원작의 틀은 가져오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퍼포먼스를 창조해내는 미덕을 보여준다.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관객을 몽롱한 환상 속으로 이끌어 들이는 흡입력이 있다. 그리고 낯설고 기이하면서도 코믹한 장면을 연출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 뿐만 아니라 관객의 환호가 터져 나오도록 하는 데도 능숙하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어젯밤에 별일 있었던' 코믹극

마녀에게 홀려버린 주인공은 환상의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마녀에게 홀려버린 주인공은 환상의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서상일
극은 찰현악기의 기이한 소리와 함께 빨간 옷을 입은 마녀가 역시 괴상한 동작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걷는 것 같기도 하다.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달하고 관객에게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한 오프닝이다.

주인공은 신학교 학생 호마부르뜨이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어느 괴상한 노파가 사는 집에서 묵게 된다. 그런데 이 노파는 마녀였으며, 주인공은 마녀의 주술에 걸려든다.

이제 현실인지 꿈인지 백일몽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지러운 환상 속에서 주인공은 노파를 죽이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죽은 시체는 노파가 아니라 젊은 여인이다. 그야말로 마녀에게 홀려버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어 극 중에서 가장 '소란스러운' 장면이 이어진다. 죽은 여인의 부모가 주인공 호마부르뜨에게 장례를 치러 줄 것을 요구하여, 어쩔 수 없이 장례기도를 올리며 시체와 함께 3일 동안 지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란스러운 일들이다.


'독창적인 신체언어'와 '소도구의 효과적인 활용'이 인상적

관에서 깨어난 시체는 주인공과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깨어난 시체는 꽤 섹시하기까지 하다.
관에서 깨어난 시체는 주인공과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깨어난 시체는 꽤 섹시하기까지 하다.서상일
주인공은 내키지 않지만 장례를 치른다. 그런데 시체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 아닌가? 오싹한 공포와 스릴이 등줄기를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시체는 주인공만을 끈질기게 괴롭힌다. 그야말로 기괴한 일들의 연속이다.


주인공은 그렇게 3일 밤 동안 '별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기이한 웃음소리와 찰현악기의 거슬리는 소리는 '배경음악'이 되어 준다.

'어젯밤에 별일 있었던' 이 작품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대사는 최소한으로 하고 독창적인 신체언어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소도구의 효과적인 활용으로 다양한 연출을 이루어내는데 성공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관객의 상상력을 훨씬 자극하며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극단 명품은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최초의 한국인 연출가 김원석, 러시아에서 연기를 전공한 한국 배우들이 함께 한다. <비이>는 2005년 러시아 국립연극원 기티스 극장에서, 2007년 4월에는 국립극장에서도 공연한 바 있다.

이번에 4회 대구국제호러공연예술제에 참가하여 7월 30일 월드컵경기장 천막극장에서 공연되었고, 대구 시민들에게 신선한 환상과 웃음을 선사했다.

작품의 첫번째 포인트는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는 코믹한 연출이다.
작품의 첫번째 포인트는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는 코믹한 연출이다.서상일


작품의 또 다른 포인트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괴하고 환상적인 연출이다.
작품의 또 다른 포인트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괴하고 환상적인 연출이다.서상일
#극단 명품 #비이 #고골 #호러공연예술제 #대구국제호러공연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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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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