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는 예(藝)이자 도(道)입니다.이승숙
사람들은 각자 생김새가 달라서 그런지 좋아하는 글씨체도 다 달랐다. 어떤 사람은 한글 궁체를 배우겠다 했고 또 누구는 해서를 배우고 싶어 했다. 나는 전서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전서를 배웠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글씨를 썼지만 나중엔 제법 봐줄만큼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대로 계속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일 년을 조금 지나서 붓을 놓고 말았다. 이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인네들 처소엔 모란 그림을
시골집을 사서 이사하고 보니 붓글씨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먹 갈고 앉아있을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별로 없었다. 강화읍에 살 때는 일이 별로 많지 않았지만 시골집을 사서 이사하고 보니 전신에 다 일거리였다. 집안일도 많았지만 텃밭 일에다 꽃밭 만드는 거에다 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차츰차츰 멀리하다가 영 손을 놓게 되고 만 것이다.
전시회장을 둘러보니 작품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모든 전시실의 벽에는 작품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대한민국서도대전에서 상을 탄 작품들을 비롯해서 출품작 모두를 전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언니, 하나도 모르겠어요. 한문 모르고는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그러게, 나도 하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림이라 생각하고 보자. 그런데 저 글씨 좀 색다르지? 꼭 그림 같지 않아? "
"저런 글씨체는 처음 보는데 꼭 뭘 흉내를 낸 거 같네요. 저 글자는 아닐 불(不)자네요. 저거는 내 천(川)자고."
"그렇지? 사물의 있는 모양새를 그대로 흉내 낸 거 같지? 저 글씨체를 전서라고 해. 전서는 사물의 모양을 그대로 흉내 낸 글자체야. 전서 말고도 해서, 예서, 초서 등 여러 글자체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