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민 대표는 30일 밤 10시 분당 피랍가족 대책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들의 심경을 토로했다.오마이뉴스 문경미
차 대표는 '특사 파견 후에도 협상 진전이 없는데 정부의 협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금 현재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부를 믿는 것 뿐이다"고 답해 정부에 대한 피랍자 가족들의 신뢰를 나타냈다. 또 8번째 협상 연장 시간이 최단시간(4시간)인 것에 대해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가족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추후 상황이 발생하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한편, 고 배형규 목사의 형 신규(45)씨도 차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배 목사의 시신 운구에 대해 마지막 심경을 밝혔다. 신규씨는 "배 목사의 시신이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것을 뉴스를 통해서 봤고 검시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배 목사를 보지 못해 안타깝지만 지금은 아직 아프간에 계신 22명의 생환에 마음을 모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있었지만 보도 하나 하나에 정말 피가 마르는 상황"이라며 "하루 속히 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배신규씨와 고 배형규 목사의 부인 김희연(36)씨는 하루 종일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자리를 같이 하며 피랍자들의 소식을 예의주시했다.
배 목사의 부모 배호중(72)씨와 이창숙(68)씨도 피랍된 22명의 무사귀환을 위해 샘물교회에서 열릴 기도회에 참석하고 내일 오전 제주도로 내려갈 예정이다.
[3신 : 30일 밤 9시30분]
또 협상 시한 연장...가족들 예상 외 침착한 모습
30일 저녁 7시 40분 굳게 닫혀있던 분당 피랍가족 대책본부 사무실 문이 열렸다. 20여명의 가족들은 침묵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차성민 피랍가족 모임 대표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탈레반'이라고 치고 새로고침을 누르며 새로 올라온 뉴스를 살펴보고 있었다.
대다수의 가족들은 피곤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가족들은 얇은 이불을 덮고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충혈된 눈으로 TV화면을 지켜보는 가족들도 있었다.
이날 차 대표는 유독 지쳐보였다. 차 대표는 "탈레반이 피랍된 이들의 육성을 거래하고 나중에는 동영상을 팔고…그렇게 알맹이를 빼먹으면서 점점 사태가 길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답답해했다. 가족들은 피랍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사태 해결 위해 언론과의 접촉도 자제해야
이날도 외신들은 '선 여성 석방', '협상 연기 요청 거절', '최종 협상 실패…살해위협', '4시간 협상 연장' 등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보도를 쏟아냈다. 가족들은 "그동안 너무 당했고 그런 외신보도에 연연하는 것이야말로 탈레반의 의도에 휘둘리는 것"이라며 "정부의 확인이 없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차 밝혔다. 예전보다 침착한 태도였다.
가족들은 외신 보도만이 아니라 국내 언론과 접촉하는 것에 대해서도 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8일 피랍가족 모임은 언론사들이 개별적으로 가족들에게 접근하지 말아달라 부탁하고 피랍가족 모임에서 공식적으로 가족 인터뷰를 주선해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피랍가족 모임은 다음날 인터뷰 대신 피랍자들에게 보내는 가족들의 편지로 대신했다. 그 편지를 피랍자 가족이 직접 읽는 것도 아니었다. 편지를 한 장씩 복사해 취재진들에게 나눠주었다.
가족들은 무조건적인 동정론이 확산돼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린다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족들이 NHK가 확보한 육성 확인을 거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차 대표는 "그래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특히 피랍자의 어머니들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수 분당 샘물교회 장로도 "밖에 서 있는 우리보다도 안에 있는 가족들이 보도 하나마다 일희일비할 것"이라며 가족들을 걱정했다.
밤 9시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밝힌 연장된 협상 시한은 이미 30분이나 지났다. 가족들은 저녁 8시 40분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한 채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