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에서 본 선라도 전경최종명
친황다오는 해변도 좋지만 유명한 관광지가 많다. 그 중에서도 단연 산하이관(山海关)이 으뜸이다. 기차역에 가면 아마 바로 가는 버스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없다. 가깝지만 기차를 타자. 우줘(无座) 표로 채 1시간 안되니 산하이관 역 도착이다.
오후에 다음 행선지인 진저우(锦州)로 이동할 기차표를 미리 확보해두자.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20여분 기다리는데, 이제 두 명만 남았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불쑥 창구 앞에 끼어든다. 틈만 나면 새치기를 하는 중국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평소에는 그냥 상관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간혹 나도 모르게 화가 나는 경우가 있다. 아주 당당하게 떳떳하게 새치기를 하는 사람일수록 더 승부욕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 뭐 하는 거냐?(你干吗?)' 대뜸 말하며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그랬더니 빨간 수첩을 들더니 당당하게 내민다. '이건 뭔데?(这是什么?)' 공무 중이라며 보여준 수첩은 자세히 보니 공산당 당원증이다. 권위주의에 반대해 목숨도 걸었던 대한민국의 80년대 학번에게는 미국대통령도 껌 값인데 어디서 수첩이라고 내밀어?
그런데, 알고 보니 표 판매소 유리창에 노약자, 어린이, 군인과 경찰 등과 함께 공산당원은 신분증이 있으면 우선 판매한다고 써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정서에 안 맞는 일이 다 있나. 주의 깊게 보지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른 지방에서는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약간 오기를 부리며 '난 그런 거 관심 없어, 몰라' 했더니 뒤에 있던 사람이 '원래 규정이야' 그런다. '그럼 그 규정 어디 있어?' 후후 여기까지만 해야 한다.
당당하게 표를 사더니 재빨리 사라진다. 무척 바쁜 모양이다. 세상에 공산당만 바쁜가. 나도 더워 죽겠다. 죽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하여간, 중국에서 중국사람들과 말다툼 할 필요는 없다.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 공중도덕과 민주시민의식이 발동한 것 뿐이니 이 정도 하면 충분하다. 간혹 혈기를 부려 끝까지 가려는 사람들을 보는데 절대 그러지 마시길.
썩 기분이 좋지 않다. 게다가 자리도 없다. 버스터미널에 가서 표를 구하자. 터미널에 갔더니 오후에는 진저우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한다. 맥이 빠진다. 다시 20kg의 배낭을 메고 걸어서 역으로 가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일단, 천하제일관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차량을 수배했다. 식당에 짐을 맡기고 택시를 하나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라오롱터우(老龙头)와 멍장먀오(孟姜苗) 두 군데를 가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그런데, 이 택시운전사에게 좀 당했다.
라오롱터우가 더 머니 멍장먀오에 먼저 내려서 보라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멍장먀오라고 내려준 곳은 라오롱터우 바로 옆에 붙은 전시관이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두 군데 가는 대신에 한 군데만 데려다 준 것이다. 당연히 속은 사람이 바보다.
창청치관위안(长城奇观园)도 그런대로 볼만하다. 창청에 동원된 사람들의 고단한 노역 장면이 인상적이다. 가는 곳마다 어두웠는데, 가는 곳마다 푸우위안(服务员)이 불을 켜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