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사이로 곰이 살았던 여미산이 보인다.임재만
어느덧 삼년의 세월이 흘렀다. 둘 사이에서 새끼 곰이 두 마리 태어났다. 곰은 이제는 어부가 도망가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동굴 입구를 막지 않고 나다녔다. 어부는 동굴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바깥 세상을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멀리 강에서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부는 그동안 그리웠던 고향집과 부모님이 생각났다. 주위를 살펴보았다. 곰이 보이지 않았다. 어부는 살금살금 동굴을 빠져나와 강나루에 있는 빈 배에 올라탔다.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저었다.
곰은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것을 마련해 가지고 오다가 어부가 배를 타고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곰은 동굴로 재빨리 돌아가 새끼 곰을 안고 강나루로 왔다.
"가지 마세요. 돌아오세요."
곰이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어부는 정신없이 노를 저어 앞으로 갈 뿐이었다. 곰은 너무 허탈했다. 곧이어 분노가 치밀었다.
'그동안 그토록 정성을 기울여 보살폈는데, 그리고 새끼까지 낳고 사는데 도망을 가다니….'
곰은 새끼 곰을 껴안고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 이후부터 그곳에는 풍랑이 쉬지 않고 일어 사람들과 배를 집어삼켰다. 마을 사람들은 인간에게 배신당한 곰의 원한이 서려 그런 것이니 곰의 넋을 달래기 위한 사당을 지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당이 세워지고 난 후에야 물결이 가라앉았고 그 때부터 이곳을 곰나루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곳 곰나루는 고어로 고마 나루라고 하는데, 매년 7월과 8월 사이에 고마 나루 축제를 연다. 곰과 인간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의 공연예술 축제로, 국악, 연극, 관현악, 사물놀이, 시민 어울림 마당 등 다양한 이벤트로 이어지는 여름밤 축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