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이 인권국가라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 | | [인터뷰]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정구도 부회장 | | | |
| | ▲ 쌍굴을 가리키며 노근리사건을 설명하는 정구도 부회장 | ⓒ김영조 |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정은용씨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80을 넘은 고령이어서 실제 일 처리는 그의 아들인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이며, 노근리평화연구소 소장인 정구도씨가 진행하고 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노근리사건이 일어난 지 57년이 지났다. 유해발굴이 시작됐는데.
"오늘은 특히 유해발굴 개토제를 하게 되었다. 그것은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개토제는 지하에 묻혀 있던 명예, 인권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지난 2000년 한국과 미국 정부가 공동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진상조사의 핵인 유해발굴이 빠져 무의미한 조사로 그쳤다. 이제야 진실을 확인하고, 신원을 확인하여 진정한 명예회복을 하려고 한다. 만감이 교차한다."
- 현재 유족들의 요구사항은 얼마나 해결이 되고 있나?
"그동안 한국정부는 특별법을 만들어 현장에 평화공원, 추모탑, 박물관, 합동묘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인 미국은 2000년 약속했던 장학금 지급, 추모탑 건립도 흐지부지하다가 결국은 예산도 지난 연말 국고로 환수해 버렸다. 물론 합동으로 유해발굴을 하자는 제안에도 꿈쩍을 안 한다. 그들 나라가 진정 세계 최고의 인권국가라면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동안 미국 국내법에 의한 소송을 고려했는데 어떻게 진행되는가?
"미국 국내법상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되어 있다. 정작 소송을 한다고 해도 그들은 분명히 국익을 앞세우는 쪽으로 몰고 갈 것이고, 결국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패소하게 되면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고, 다른 양민학살사건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 미국이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쟁에서 미군에 의해 민간인이 학살당한 사건이 200여 건이 된다고 한다. 그것은 어쩌면 전쟁에서 피난민보다 미군에 우선한 정책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또 미군의 전쟁 수행 방법이 유럽에서와 한국,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아시아권에서가 다르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것은 그들의 이중적 인권정책일 수도 있다. 그런 정책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미국은 우리의 중요한 협력자이다.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되는 존재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중요한 교역대상이다. 하지만, 친구 나라의 죄없는 민간인을 죽였다면 당연히 인정해야 하고, 사후 배상은 절대 필요하다. 인권은 인간의 기본적 가치임을 그들도 강조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인권에 대해서는 간섭하고, 응징까지 하는 그 미국이 한국 양민들을 학살한 것이 대해서 모른 채 한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구도 부회장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유족회의 중심인 부친 정은용씨를 받들며, 어떻게 하는 것이 미국을 현실적으로 압박할 수 있을지, 무엇이 진정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인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김영조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