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린 키가 훌쩍하고 아름다운 꽃이지만, 시리고 서러운 세월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아요.'윤희경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길게 꽃 밖으로 나와 있다. 꽃 밥은 짙은 적갈색이다.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여인처럼 보기만 해도 서늘해온다. 꽃 밥을 손으로 '톡' 건드리면 역겨운 냄샐 풍기며 손등에 달랑 내려앉는다.
참나리는 황적색 꽃잎을 빼놓고는 줄기와 주아 모두 흑자색이다. 그리고 꽃마다 검은 반점이 박혀 있고 땅만 내려다보고 핀다. 또 냄새도 역겹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랜 옛날, 양지말에 처녀와 총각이 사랑을 했단다. 둘이는 곧 결혼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심술궂은 원님 아들이 이들의 사랑을 훼방 놓고 시기하기 시작했다. 드디어는 처녀에게 총각을 버리고 자기 곁으로 와 같이 살자고 했다. 그러나 처녀가 끝내 마음을 열지 않자 죽여 남몰래 양지말 산 속에다 묻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