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떼. 닭고기로 만든 사떼 아얌과 염소고기로 만든 사떼 깜빙이 있다.노시경
우리 가족은 3명. 그래서 한 가지 요리를 더 주문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꼬치 요리인 '사떼(Sate)'였다. 나는 닭고기로 만든 사떼 아얌(Sate Ayam)과 염소고기로 만든 사떼 깜빙(Sate Kambing)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떼 요리를 주문하였다.
우리나라의 꼬치는 대부분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 많지만, 인도네시아는 대부분의 국민이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이슬람교에서 먹는 것을 금하는 돼지고기 사떼는 없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의 사떼는 닭고기와 염소고기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꼬치 8개가 조그만 숯불 화로 같은 그릇 위에 담겨서 나왔다. 내가 먹는 사떼는 지방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순 살코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꼬치의 막대기는 우리나라 꼬치 요리의 1/2 정도 되지만, 꼬치 막대 위에 붙은 살코기가 아주 실하다. 숯불에 구우면서 꺼멓게 탄 부위를 발라낸 후, 입 속에 넣으니 질기지 않은 고기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이 사떼를 볶음밥인 나시 고렝과 곁들여 먹으니 더 감칠맛이 난다. 나는 맛이 약간 달고 끈기가 있는 께짭 마니스(Kecap Manis)에 사떼를 찍어 먹었다.
사떼 옆에는 항상 론똥(Rontong)이 있다. 론 똥은 쌀을 가루 채로 바나나 잎에 감싸 넣은 후 쪄낸 일종의 찐 밥이다. 나는 먹기 좋도록 조각 낸, 마치 무를 조각낸 것 같은 동그란 모양의 론똥을 꼬치의 끝으로 찍어서 먹었다. 론똥만 먹으면 입맛이 심심하다. 덤덤한 간장 소스, 갈아 만든 땅콩 소스에 이 론똥을 찍어 먹었다. 역시 음식은 소스에 의해 더 감칠맛이 나는 법이다.
나는 오래간만에 고추와 카레의 사용이 두드러지는 노란 빛깔의 인도네시아 음식을 먹으면서, 인도네시아 특유의 강한 향신료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열대지방에 자리한 인도네시아는 고추와 카레 외에도 울창한 삼림으로부터 특유의 향신료를 만들어 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월계수, 계피, 박하, 겨자 등의 다양한 나무의 나무껍질과 뿌리, 잎, 열매가 모두 향신료로 이용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그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향신료의 근원지이다. 인도네시아의 향신료 거래를 위하여 힌두교와 남방불교로 무장한 인도 상인들이 인도네시아에 들어왔고, 근대에는 서구 열강들이 이 강렬한 향신료를 얻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던 곳이 인도네시아이다.
나는 빈탄에서 내가 아는 만큼의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조금 후회스러운 것은 음식에 대한 지식을 더 넓히지 못하고 계속 내가 아는 음식만 주문하여 먹었다는 점이다.
여행자가 먹고 있는 외국의 음식 속에는 그 나라의 자연환경과 역사가 담겨 있는 법이다. 역사 유적지가 아는 만큼 보이듯이, 음식도 음식에 대한 내력을 아는 만큼 더 맛있는 법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여행기는 2006년 8월의 여행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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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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