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후폭풍이 우려된다

민간단체들의 자율적인 예방조치들도 뒤따라야...

등록 2007.07.28 11:27수정 2007.07.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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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현지, 탈레반 무장단체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인질사태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상황이 진퇴양난을 겪고 있는 듯해 지켜보는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한국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반드시 한쪽으로부터는 원성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인질범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줬다는 나쁜 선례를 남김으로써 "테러집단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적 룰을 깨트렸다는 것이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독일처럼 '무시'해서 인질이 대규모로 희생된다면 국민의 목숨을 버렸다고 해서 비난을 받는, 즉 어떤 카드를 쥐더라도 패배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에 한국정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고심 끝에 한국정부는 대통령특사를 파견해 직접협상에 돌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번 김선일 사건에 있어서 늑장 대처라는 이유로 국민들에게 호된 비판을 받은 정부인터라, 이번 아프간사태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담화문을 발표하고 정부 전체가 기민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납치가 된 독일인은 독일정부의 무시에 가까운 대응 탓인지 머나먼 타국에서 고혼(孤魂)이 되고 말았다. 그에 반해 한국은 인질숫자가 23명에 이르기 때문에 같은 레벨에 놓고 평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대통령의 담화와 정부가 직접 협상에 나서는 등 전 방위 노력을 하고 있는 덕택에 아직까지는 인질의 희생을 막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호의적인 사태해결로 진전이 되어가는 듯하다.

어차피 '인질범과의 직접협상'이란 카드를 꺼내든 이상 안전하고도 신속한 사태의 해결을 위해 외교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국제 관계라는 것이 우리의 입맛대로 돌아가는 지는 않은 것 같아 답답하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한국인 납치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UN사무총장을 배출하는 등 국력신장에 걸맞게 국제적 요구에 발맞춰 일정한 국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고 그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군사적인 면이든, 순수 자원봉사차원이든, 역할 확대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역할의 탓인지 그동안 해외에서 한국인 납치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탈레반 등 미국과 서방세계에 반기를 든 무장단체들은 이미 한국을 우호세력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애써서 비전투군 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비전투군도 적군이기는 매한가지다. 이미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요구에 대응해 파병을 실시하면서부터 대테러와 한국인 납치를 우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치 새삼스러운 것 인양 사실을 호도하고 화살의 방향을 다른 것으로 돌리는 것은 바른 시각이 아닌듯하다.

따라서 이번의 경우와 같은 '테러범과의 직접협상'이라는 사태의 해결 방법이 오히려 더욱더 빈번한 한국인 납치가 자행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이 심히 우려된다. 필연적인 운명이라면 대한민국 정부는 파병과 관련하여 더욱 많은 문제들을 떠안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버리고 직접적인 협상에 나섬으로써 오히려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룰을 깨버린 상황을 맞고 말았다는 조심스런 분석평이 나오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이 점을 십분 이용하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파병을 저지하고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기는가 하면 속이 탄 한국정부를 이용하여 아프간 정부와 미국에 압력을 행사하여 자기네들 포로를 석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로 이점이 도리어 향후 한국인들의 인질사태를 부추기는 측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질범들이 이번 한국인들의 인질로 다른 국가의 인질보다 더 재미를 보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한국인들은 더더욱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부작용은 국제공조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대테러전이 되었던, 평화유지 차원이 되었던, 군사협력차원이 되었던 국제 간의 군사적 공조에 대한민국이 ‘테러범과의 협상’이란 전례를 만듦으로 해서 공조국들로 하여금 한국 정부의 국제역할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테러범과의 직접 협상은 없다'라는 국제사회의 대원칙을 깨뜨린 이상 한국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 앞으로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테러와 납치 대응기구를 설치하고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급한 것은 인질들의 무사귀환이다. 국가란 치욕을 감내하고서라도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1차적인 국가의 존재 목적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비단 테러나 납치가 아니더라도 국가는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되면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국민 신변 안전에 국제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위험지역에 대한 비자발급을 제한하고 근원적인 정부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고, 또한 해당 지역에서 원주민들을 적대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행위를 제한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간단체들의 자율적인 예방조치들도 뒤따라야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의 샘물교회신도들의 대규모 인질사태도 자원봉사라는 대의명분에도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이 사실상 통치하고 있는 지역에서 이슬람과 극한적인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기독교선교의 목적이 있었다면(물론 극구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런 불행한 사태를 예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정부의 만류에도 아프간행을 고집했다면 그 행위에 책임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태가 모두 해결되고 난 다음에 이번 인질사태를 자초한 측면이 있는 해당단체에 대해서 그들의 잘못되고 신중하지 못한 행위로 인해 대한민국 정부의 위신이 떨어지고 정책이 바뀌어야 하고, 국제공조의 신뢰성에 훼손을 가져온 것에 대한 응분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아프간 #탈레반 #피랍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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