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버드나무 너울대는 저 길을 달리고 싶다.조영님
7월 23일. 드디어 '위에는 천당이 있고 아래에는 항주 소주가 있다(上有天堂 下有杭蘇)'고 극찬한 항주의 첫 번째 답사 코스인 서호에 도착했다. 글에서만 보던 그 서호가 와! 이렇게 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하였다. 살갗에 닿는 호수 바람이 더위를 씻겨 주었다. 넘실대는 호수에 노를 띄우고 유람을 하는 배가 몇 척이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천천히 단교(斷橋)를 향해 걸어갔다. 단교는 고산(孤山)으로부터 도로가 이곳에서 끊어진다고 하여 '단교'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백제(白堤)의 첫 번째 다리가 된다. 백제는 당나라 때의 시인 백락천이 항주자사로 있으면서 쌓은 제방이다. 서호의 10경에 '단교잔설(斷橋殘雪)'이 있는데, 바로 이 단교에 눈이 내리면 다리 가운데부터 눈이 녹기 시작하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다리가 끊어진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양쪽 둑에 가로수로 심어 놓은 올올이 가늘게 늘어진 초록의 버드나무와 푸른 호수가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단교를 지나는 내 마음도 너울거렸다.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항주에 산다면 서호 주위를 원 없이 걷다가 필히 자전거를 배워서 백제(白堤)를 따라서, 소제(蘇堤)를 따라서 신나게 달릴 것만 같다.
소제 서쪽 끝에 이르니 '평호추월(平湖秋月)'이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당나라 때에는 이곳에 '망호정(望湖亭)'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잔잔한 호수에 비친 가을 달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데 역시 서호 10경에 드는 절경이다.
이곳 중앙공원부두에서 유람선을 탔다. 성인은 45원이다. 20여명을 태운 유람선은 천천히 호수를 가로질러 가더니 '호심정(湖心亭)'이라는 곳에 내렸다. 서호에는 호심정, 완공돈(阮公墩), 소영주(小瀛洲) 등 세 개의 섬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작은 섬이 호심정이다.
아담한 작은 섬에 호심정, 명추정(明秋亭), 진로정(振鷺亭)이라는 세 개의 정자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청나라 건륭 황제가 밤에 서호에서 유람하다가 호심정에 올라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감흥이 일어 '충이(虫二)' 두 글자를 남겼다고 하는 비석이 있다.
세상과 동떨어진 성난 조수는 아침 해를 삼키고
정자 멀리 푸른 물은 청산을 껴안았네.
(隔市怒潮呑旭日 遠亭綠水拱靑山)
주련에 있는 시 한 구절을 읽고 다시 배를 타고 서호에 있는 세 개의 섬 중에 가장 크다고 하는 삼담인월(三潭印月)로 향했다. 삼담인월은 호수 가운데 섬이 있고 섬 가운데 다시 호수가 있다고 하여 '소영주'라고도 불린다.
호수에 뛰어든 이, 이태백 뿐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