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에 싸서도 먹는다맛객
빨간 양념과 채소가 어울린 꼼장어볶음이 나왔다. 꼼장어를 입에 넣고 씹자 매콤하면서 쫄깃하게 씹힌다. 이런 맛이니 식감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전국 맛 기행 길에 들른 부산. 집 떠난 지 일주일여가 넘어가고 있다. 아는 이 없는 이곳에서 꼼장어에 맥주 한 잔 마시다 보니 울컥 감정이 복받친다.
난 무엇을 위해 여기 와 있는 걸까? 이 순간이 과연 내 인생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있는 나를 깨운 건 노래였다. 각설이 분장의 남자가 노래방 반주기를 가지고 길거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일본의 가라오케 문화가 가장 먼저 들어온 지역답다. 거하게 술을 마신 취객은 몇 천원을 주고 한 곡 뽑는다.
자옥아~ 자옥아~ 내가 정말 사랑한 자옥아~
내 어깨 위엔… 자옥아~ 자옥아~ 내가 내가 못 잊을 사람아~~~
흥겨운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는 있지만 그들의 뒷모습에서는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취객의 흥을 살리기 위해 신난 몸짓으로 장단을 맞추는 각설이도 슬퍼 보인다. 인간은 슬픔을 보일 때 보다 숨기려 할 때 더욱 슬프게 보여진다.
외로운 나그네는 그들의 노랫가락이라도 있어 좋다. 혼자라는 느낌이 덜하다. 밤이 깊어지자 인적도 드물어진다. 부산의 밤바다에서는 비릿한 바닷내음이 풍겨온다. 여기가 부산 자갈치시장이라는 것을 잠시 망각했다. 다시 꼼장어 맛이 산다. 그래 한 잔 마시자. 오늘은 외로운 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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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 시장의 밤에는 노래와 꼼장어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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