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내 밥...이현숙
시골 할머니댁에 아들 손자 며느리가 다니러 왔다. 어린 손자는 무얼 그리 많이 먹었는지 자주 뒷간을 들락거렸다. 아마 뒷간이 아니라 마당 끝이었을 것이다. 요즘 아이가 그 무서운 푸세식 변소를 들어갔을 리 만무하니.
그런데 할머니가 뒷간 가는 예쁜 손자에게 소리치길, "이놈 썩지도 않는 똥을 뭬 그리 자주 누노" 했단다. 이보다 더 심각한 말이 있을까? 인간의 배설물은 썩어서 거름으로, 그 다음 식물의 영양소로 작용해 우리 몸으로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나에게는 큰고집이 하나 있다. 영양제나 보조식품을 먹지 않는 것이다. 조물주는 사람을 그렇게 부실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몸에 좋은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되지, 꼭 영양제나 보조식품을 따로 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말이 많다. 공기가 나빠졌고, 식품이 오염됐고, 잘 챙겨먹을 시간이 없어서 영양제나 보조식품으로라도 보충해야 저항력이 강해지고 힘이 생긴다며. 그러나 영양제나 보조식품을 먹다 보면 은연중 그것에 기대게 되고, 자연히 음식을 등한히 하게 되면서 더 부실해지기 쉽다.
또 영양제나 보조식품을 만드는 과정도 간과할 수가 없다. 그들은 몸에 좋은 영양소를 다 넣었다고 하고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한다. 그러나 몸에 좋은 영양소란 부패도 쉽고 보존도 어려워 어떤 방법으로든 방부제나 첨가제를 넣어야만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남해안 섬으로 여행을 갔다. 파를 많이 재배하는 섬이었다. 장마라 일기가 고르지 않았는데 우리가 도착할 때쯤 날이 개었다. 습기 찬 날씨였지만 섬의 맑은 공기를 마셔야 한다며 차창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