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사모한 크리스찬 고아의 집
나오미(6세)는 홍등가의 엄마가 낳은 사생아로 버림받은 아이다. 착하디 착한 이 아이를 버리고 간 엄마를 생각하면 울컥하고 화가 치밀 때가 있지만, 이 아이의 인생 속에 주님의 보살핌이 미리 예정되었다고 생각해 보면 정말 이 아이는 행운의 아이라 믿는다. 머리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 공부는 꽝이지만 무용과 음악 미술을 무척 좋아하니 이 장점을 살려 예술계통으로 키워 볼 생각이다. 눈물이 많은 아이. 그러나 우리 나오미를 하나님이 훌륭히 키워 가실 것임을 믿는다.
베드로(6세)는 우리 고아원 집에서 제일 똑똑한 사나이다. 시골 농촌 부모에게 버려진 거지아이로 구걸을 전전하다가 사모한으로 들어왔다. 극단적인 애정 결핍증상을 보인다. 어른들만 보면 안아달라고 조른다. 이 아이에게는 사랑만 심어주면 된다. 그래서 유달리 우리 베드로에게만큼은 더 많이 스킨쉽을 해준다.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한국어 주기도문을 2일만에 다 외우고, 그 길고 길다는 '사도신경'을 한국어로 다 외운다.
만 4세에 100자리 숫자 더하기를 다 하고 영어알파벳을 하루만에 다 외우는 걸 보면 이놈은 타고난 총명함과 명철함이 있기에 더욱더 그의 부족한 애정의 결핍을 채우려고 한다. 암튼 베드로라는 이름 대신 '솔로몬'이라 이름 짓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총명한 아이다.
요한(5세)은 순하고 착한 양 같은 아이다. 작년(2006년) 4월에 이곳으로 왔으며 하나하나 적응하며 착실히 형들과 누나들 앞에 순종하는 모습이 예쁘다. 고아원에 왔을 땐 낯선 이곳과 사람들을 꺼려 7일간을 아무 말도 안 하고 지냈으나 이제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흑인에 가깝던 시커먼 피부도 거의 한국 어린이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역시 시골의 거지아이로 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유기되었던 아이라 더 깊은 사랑이 필요하다. 요한은 말이 없고 과묵하지만 동생 드보라에게 늘 다정스런 착한 오빠이다.
드보라(4세)는 사모한의 악동. 별명은 '쳐키'(영화 <사탄의 인형>의 주인공 이름인데 아이들이 쳐키랑 닮았다고 놀릴 때 이 이름을 장난삼아 쓴다). 그러나 외모와는 달리 얼마나 웃기는지 모른다. 우리 사모한을 찾는 방문객 중 많은 사람들은 드보라에게 유독 관심을 보인다. 엄마는 병으로 죽고 아버지는 알콜중독으로 살다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막내 고모가 키우다가 최근 우리 사모한 고아원으로 들어왔다. 특기는 장소 시간을 가리지 않고 엉덩이춤을 즐겨 추는 것이다. 얼굴은 못난이 삼형제처럼 생겼지만 화장을 해주거나 예쁜 옷을 입혀주면 날 것 같이 좋아하는 깜찍한 사모한의 마스코트이다.
에스더(3세)는 표정만 봐도 너무나 밝은 3살박이 고아이다. 에스더는 밥도 잘 먹고 언니들과 잘 어울리며 요즘엔 티벳어 주기도문도 더듬거리며 잘해 나간 답니다.
요셉(5세)은 광야에 오래 방치되어 살아온 터라 아직은 모든 게 어리둥절하다. 그러나 이름 그대로 "노예로 시작해서 이집트의 국무총리가 된 창세기의 요셉"처럼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할 것이다. 주께서 그의 영혼을 지키시기 때문이기에.
라싸는 외국인 장기 거주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심지어 여행객들에게도 허가서(퍼밋)를 받도록 강요합니다. 그런 라싸에서 10여 명의 고아들을 키우며 살아간다는 것은 고난 그 자체일 것입니다. 단순한 순례자라는 말로 말할 수도 없습니다. 치열해야 하며 영리해야 하고 순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티벳 사마한 크리스찬 고아의 집'을 조용히 후원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빗물 한 방울, 또 한 방울이 모이고 모여 강물을 이루듯 작은 마음방울들을 모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티벳 천사들의 합창과 날갯짓이 라싸에서, 티벳에서, 나아가 전 세계로 메아리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라싸에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