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무장단체에 피랍된 23명의 가족들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오마이뉴스 문경미
조심스럽다. 23명의 목숨이 걸린 사안이어서. 또 계면쩍다. 이 역시 뒷북이어서. 하지만 짚어볼 대목은 짚어보자.
아프가니스탄에서 23명의 한국인들이 탈레반에 의해 피랍된 이후 신문 지면과 방송은 온통 아프가니스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문들은 서너 면씩을 온통 피랍 관련 소식으로 채우고 있다. 방송은 뉴스 시간뿐만 아니라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대거 이 소식을 주요 쟁점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속시원한 현지 정보는 접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뉴스들은 거의 모두 '외신'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외교부 브리핑과 카불 현지 대사관 관계자들의 전언,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현지 교포들과의 통화 내용 등이 '직접 취재'의 거의 전부다.
그동안 동의·다산 부대의 파병에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들은 아프가니스탄 현지 취재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일부 방송의 기획 특집물을 제외한다면 간헐적으로 국방부의 취재 협조를 받아 동의·다산 부대를 방문해 이들 부대의 현지 활동을 소개한 것이 고작이다. 외신에서도 아프가니스탄은 주된 관심사 밖이었다.
언론, 아프간에 관심이나 있었나?
신문과 방송들은 이번 피랍사건이 나자 일제히 한편으로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분쟁지역을 대상으로 한 선교 봉사활동의 무모함을 질타했다.
피랍 위험이 상존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여행금지' 국가가 아니라, '여행 제한' 조치만을 취한 것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의 종교적 반감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격적 선교활동에 나선 기독계의 무모한 행동을 질타하기도 했다.
맞는 말들이다. 하지만, 되돌아보자면 그동안 그러면 한국 언론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묻게 된다. 이런 위험에 대해 한국 언론들은 얼마나 관심을 가졌던 것일까?
이번 피랍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명분의 옳고 그름을 떠나, 파병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자국군 수백 명이 파병된 나라의 현지 사정과 그 추이에 대해 언론은, 더 나아가 한국 사회는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가졌던가를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비단 아프가니스탄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자이툰 부대가 파병된 이라크에 대해서도, 또 한국군 동명부대가 파병된 레바논에 대해서도 한국 언론은 '국방부의 자료'와 '외신'을 전할 뿐 현지 취재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외신'에 휘둘리는 한국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