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그는 우선 살 곳부터 물색했다. 부모님 고향인 충남 예산이 적격이라 여겨졌다.
"1994년도인가 아파트 분양 붐이 일 때 아파트 분양을 받는 대신 돈 9000만원으로 전체 가구가 25호인 예산군 대흥면 교촌리 마을에 땅을 샀어요. 95년에는 집도 다 지어서 부모님이 먼저 내려가셨죠."
지난 2004년에는 온양민속박물관장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응모를 했다가 덜컥 붙게 됐다. 온양과 예산은 차로 30분 거리. 일을 하며 시골에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저자는 억대 연봉도 포기하고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지난해 4월, 혼자 남은 어머니를 돌보고 농사일에도 전념하고 싶어 박물관마저 그만두고 제대로 '농사꾼'이 됐다.
"1년 동안 공주대학교 산업과학대학원에서 최고농업경영자 과정을 이수했어요. 벼농사를 제외한 모든 채소, 과수의 재배과정을 배웠죠. 수강생 중 초보 농사꾼은 나 하나여서 동기들에게도 많이 배웠어요."
그는 "다른 분들은 다들 전문가라서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안하는데 나는 배운 대로 간격까지 자로 재가며 했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저자는 올해 30여가지 씨앗을 파종했다. 찰옥수수, 단호박, 수세미의 여린 잎이 쑥쑥 올라오는 걸 보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의 일과는 오전 5시에 시작된다. 오전 9시까지 꽃, 나무들을 둘러보고 밭에 나가 잡초를 뽑는다. '풀과의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군청으로 달려가 포토샵과 엑셀 등을 배운다.
"요즘은 여름이라 한낮에는 일을 안 해요. 은행업무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요. 또 역전장이 서는 날, 엄마 손 잡고 장구경 가는 재미도 쏠쏠하죠."
업무 강도로 보면 고된 시골생활이지만 요즘 그는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자연과 더불어 살며 느낀 것이 있다면 인간보다 위대한 게 자연이라는 사실.
"흙과 바람에게 배운 것이 있어요.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존재도 아니고, 강한 존재도 아니며, 지구의 주인은 더욱 더 아니라는 점이죠."
그는 "도시에 대한 도피로 시골을 찾으면 안 된다"며 "시골에서의 삶은 또 하나의 도전이자 새로운 시작인만큼 충분히 준비하고 결심한 후 귀농해야 한다"며 귀농을 꿈꾸는 이들을 향해 넌지시 일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