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숫돌과 우산대의 만남김대갑
저 할아버지도 그런 시원함을 사람들에게 안겨줄 것이다. 칼끝이 무뎌져 무나 고기를 자를 때 힘들게 고생하던 주부들의 노고를 일거에 해결해 줄 것이다. 숫돌에 간 칼날로 가족들에게 줄 음식을 썩썩 자를 때의 쾌감이란!
우리 어릴 때의 동네 풍경은 참 소박했다. 아침에는 두부 장수들이 작은 종을 딸랑거리며 두부나 콩나물을 팔았다. 그보다 더 이른 시절에는 재첩 국 장수가 '재첩 국 사이소'를 외치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오전 나절에는 개나 고양이를 사러 오는 개장수들이 '개 팔아라, 고양이도 산다'를 외치며 골목을 지나다녔다. 오후가 되면 소금 장수의 '소금 사시요잉'이라는 외침이 담 너머로 들려왔다. 그리고 비가 오기 전이나 비 갠 오후에는 우산기술자들이 수레를 끌며 우산을 고쳐주겠다고 외쳤다. 참 정겹고 그리운 외침들. 그 많은 외침들은 어느새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저 할아버지는 참 재주도 많다. 칼도 갈 수 있고, 우산도 척척 고치니 말이다. 칼과 우산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지만 쇠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가능한 기술 결합이겠지.
다시금 그 난장이를 떠올린다. 작은 목소리로 골목을 돌아다니며 '수도꼭지 고쳐요'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이 풍경화처럼 뇌세포를 자극한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대의 언어들, 소박한 사람들의 바람을 담았던 외침들, 그리고 좁은 골목길. 그 추억의 언어를 생각하며 비 갠 오후의 하늘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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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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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가는데 이천 원 우산 수리 기본 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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