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 <온달 왕자>.김종성
만약 TV 등을 통해 미국의 자본주의문화를 직접 받아들일 경우, 중국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서세동점 시기에 미국 등 서양열강으로부터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어서 중국인들이 서양에 대해 일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다가, 미국문화가 동아시아와 이질적인 서양문화라서 중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 학습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잘못하면 중국인들이 미국의 압도적인 문화에 도리어 매료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문화가 중국인들을 압도할 경우에 이것은 경우에 따라 공산당 지배체제의 위기로까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중국이 자본주의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같은 동아시아권이어서 문화적 소통이 쉬울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만만한' 한국으로부터 자본주의문화를 수용하는 것이다.
한국보다 더 선진적인 일본도 있지만, 중국인들의 국민감정상 일본문화를 수용하기는 힘들다. 이러저러한 면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때에 한국만큼 좋은 자본주의 교사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역사적 우월감 작용
그리고 공산당의 입장에서는 한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자본주의문화에 대해서는 체제위기감을 느낄 필요가 낮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 실제와 관계없이 중국인들은 '한국은 중국의 속방이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다가 현재의 한국을 미국의 종속국가 정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중국인들은 한국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국민감정상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중국인들은 한국을 '자본주의를 좀 더 일찍 배운, 돈 좀 있는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집안은 가난하지만 학급에서 1등 하는 학생'이 '집안은 부유하지만 공부는 자신보다 못하는 학생'으로부터 밥 한 끼 얻어먹더라도 내심으로는 별로 기죽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지도층의 입장에서는 한국으로부터 자본주의문화를 배운다 해도 중국인들이 한국에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인의 내면에 있는 역사적 우월감이 한국의 자본주의문화로부터 중국인의 정체성을 지켜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으로부터 무사히 자본주의문화를 익힌 뒤에 미국 자본주의와 본격 접촉하게 되면, 자신들의 체제도 지킬 수 있고 또 자본주의와의 관계에서 수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을 이끄는 사람들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중국 지도층은 강력한 서양 자본주의문화를 직접 수용하다가 결국엔 실패로 귀결되고 만 청나라 양무운동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에, 한류는 중국인들에게 일종의 면역주사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 중국은 자본주의라는 '병원균' 속에서 생산력 발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비교적 만만한' 한국으로부터 자본주의 학습을 받음으로써 자본주의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동시에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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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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