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꼴농장을 방문하던 날, 유치원생들 수백명이 수영과 황토체험을 하는 모습.최육상
"땅은 우리가 잠시 빌려쓰고 있을 뿐, 후대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
김 촌장의 고향 사랑은 각별하다. 이는 자신이 졸업한 초등학교의 폐교 위기를 4년간 연기시킨 것이나, 마을회관 부지 150평을 무상으로 기증한 데서 잘 알 수 있다. 김 촌장은 멀리 폐교 자리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지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잊히지 않아요. '공부 잘 한다'는 칭찬 한 마디가 지금의 저를 있게 했으니까요. 한때 600명이던 학생들이 미군부대가 떠나자 어느새 60명으로 줄었죠. 폐교만은 안 된다는 생각에 사비를 털어 영어선생님과 탁구코치님을 모셔오기도 했지만, 결국 12년 전에 문을 닫았어요. 편안한 것만 추구하던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시골의 희망이 교육에도 있는 것인데…."
도시와 해외를 누비며 합판사업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김 촌장은 사장에서 농장주로 변신한 것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털어놨다. 분주한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시골의 삶을 선택한 김 촌장의 입에서는 '땅'을 생각하는 의미심장한 말이 흘러나왔다.
"서울에서 아무리 좋은 땅을 가져봐야 어떤 의미가 있겠어요? 돈은 될지 모르겠지만 시골 땅의 가치와는 달라요. 생명이 있는 땅을 가꾸면 10년, 20년 후 분명히 달라집니다. 불모지를 사들여 개척할 때 한소리 하던 사람들도 지금은 제 생각에 동의합니다. 땅은 우리가 잠시 빌려쓰고 있을 뿐이지 고스란히 후대에게 물려줘야 하는 겁니다. 이곳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보람과 사명감이 아니면 운영하기 힘든 상태에요."
쇠꼴농장은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볼거리와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우선 4천 그루에 이르는 배나무가 눈길을 끄는데, 이는 일반인들에게 분양해 체험주말농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 농촌의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박물관을 비롯해 식물원, 허브농원 등과 수영장·찜질방·눈썰매장 등을 계절에 따라서 운영하며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타조와 말, 염소, 토끼 등의 동물들도 빼놓을 수 없는 식구들이다.
"잠자는 자를 흔들어 깨운 쇠꼴마을의 희망, 헛된 꿈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