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벼서 먹고 있는 중이다.맛객
예전에는 들어가지 않았던 해초까지 들어가 바다의 향기를 내뿜는다. 김가루와 깻가루까지 첨가되어 완벽하게 오방색이 갖추어졌다. 이렇게 시각적인 만족도가 높아졌으니 먹지 않고 감상하는 손님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일. 맛도 더욱 좋아졌다. 오도독 씹히는 전복과 아삭거리는 채소의 조화. 해삼과 멍게가 주는 향미, 맛의 향연이란 이런 경우가 아닐까?
거의 모든 손님들이 짜고 먹기라도 하는 듯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딸그락 딸그락 숟가락으로 밥알 하나까지 다 긁어먹는 소리가 들리게끔 먹는다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다 비워도 이상하게 포만감이나 배는 부르지 않는다. 기분이 좋다. 상쾌하다. 해산물과 채소 위주의 비빔밥이어서 그런가 보다.
보시는 바와 같이 작년의 전복회덮밥과 달라졌다. 재료가 좋아졌고, 많아졌다. 더 맛있어졌다. 이집은 이렇게 초심을 잃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라면 쌍수 들어 환영한다.
방송 소개도 거부하는 이유는?
이 집의 음식을 먹고 있자니 드는 생각. 이 정도 손맛이라면 맛집 TV프로그램에서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을 텐데 싶다. 주위를 둘러봐도 방송 탔다는 액자 하나 걸려 있지 않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방송 타겠다고 마음만 먹었다면 벽면에 여러 개의 액자가 붙었을 거라고 말한다. 실제로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귀찮을 정도로 취재를 부탁했지만 모조리 거부했다고 한다.
이유가 궁금하다. 간단하게 답이 온다. 현재에 만족하고 있단다. 단골손님들에게 잘해주고 싶단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지만 욕심 앞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생각이다. 보시라! 방송에 소개되지 않은 식당보다 소개 된 식당이 더 많을 정도가 된 세상 아닌가? 능력도 철학도 안 되는 집들이 방송에 나가고 나서 방송에 나간 화면을 액자에 담아 상장처럼 걸어 놓는다. 자신의 손맛을 음식이 아닌 방송에 나간 액자로 평가받는 게 그렇게도 좋단 말인가?
아시나요 식당도 언젠가는 방송에 나갈지도 모른다. 또 그러한 흔적들을 벽에 걸어 놓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맛과 서비스에서만큼은 오래도록 초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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