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꽃이 예쁜 가지가 주렁주렁정현순
2년 전 주말농장을 시작하고 첫 수확으로 열무김치를 하라고 하면서 열무를 뽑아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얼른 보기에도 억세고 구멍은 숭숭 나 있어서 도저히 김치를 담가 먹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없는 시간 쪼개어서 농사를 짓는 남편 앞에서 "이거 못 먹겠다. 버려야 할 것 같은데"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생각 끝에 끓는 물에 데쳐서 된장국을 끓였다. 된장국을 끓였지만 먹기가 힘든 것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억센 열무로 끓인 된장국을 한 번 정도 먹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물었다. "이거 먹을 만해?" "그렇게 먹기 힘들면 버려" 한다. 미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버려야만 했다. 그때 상황에서는. 아무리 몸에 좋은 유기농, 무공해라 해도 입맛에 맞지 않으니 먹지 못할 수밖에.
그 후로 남편은 고추, 상추 등을 가끔씩 가지고 들어왔다. 그 많은 고추를, 자주 따오는 상추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새로운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웃하고 나누어 먹기도 했다. 하지만 풋고추를 날로 고추장에 찍어 먹는다거나, 상추, 치커리 등을 즐겨먹지 않는 나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지금 생각하면 그런 것들을 안 먹어서 늘 몸이 무거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으면서 "야 이거 내가 농사지은 거라 그런지 정말 맛있다" 또 상추에 밥을 듬뿍 담아 먹음직스럽게 먹는다.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고 나도 고추를 하나 먹어봤다. 처음에는 풋고추의 맛을 잘 몰랐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먹다보니 어느새 나도 풋 고추를 즐겨먹게 되었고 상추쌈도 즐기게 되었다. 요즘은 밥상에 풋고추가 항상 올라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