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호러물 기운 나는 바다로 가는 길박경내
점심을 먹고, 차도 마시고 바다를 향해 출발할 즈음에는 장마 때 흐렸던 날씨가 차차 개기 시작했다. 우주바람이 예전에 가본 문무왕릉 바닷가를 가고 싶어 하셔서 경주바닷가인 '감포'가 적힌 100번 버스에 올랐다. 배도 부르고, 햇볕 내리쬐기 시작하고, 셋 다 졸음삼매경에 빠져 꾸벅대다가 눈을 떠보니 바닷가에 다 온 듯, 운전사 아저씨께 다짜고짜 감포에서 내리겠다고 했더니 곧 문을 여시며 여기서 내리면 된단다.
하지만 그곳은, 여태껏 여러 번 문무왕릉을 찾았지만 참으로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저 끝까지 걸으면 혹여 나올까 모래사장을 걸어보아도 푹푹 밟히며 더딘 걸음이 힘들기만 하고, 땡볕에 저 바다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금세 지쳐 소나무밭으로 피신했다.
버스에서 졸다온 후유증인지,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 바다가 그 바다가 아님에 대한 실망이 가져다준 급피곤 때문인지 소나무 곁 벤치에 앉아 다들 눈이 반쯤 감긴 상태다. 결국 우리가 편히 누울 돗자리를 구매하기로 모두 반가이 동의하고, 슈퍼 가서 돗자리 끌어안고 아이스크림 물고 돌아오는 길이 행복하기만 하다. 돗자리 펴고 누워 그 후 두 시간 동안 우리 세 깃털은 꿈나라로 날아가 '3천원의 행복'을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