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문회'냐, '최태민 청문회'냐?

[종합-박근혜 청문회] 예상외 송곳 질문, '면피용' 비난 벗을 듯

등록 2007.07.19 17:05수정 2007.07.19 18:15
0
원고료로 응원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는 고(故) 최태민 목사 비리 의혹은 물론 최 목사 일가와 자신과의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육영재단, 영남대 비리 관련 의혹 등도 모두 부인했다.

19일 오전 서울 용산의 백범기념관에서 3시간 동안 텔레비전방송으로 생중계하는 가운데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청문회에서 70년대 구국봉사단 활동을 함께 한 최태민 목사의 비리 의혹에 대해 "의혹은 제기됐지만, 실체가 없지 않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후보 청문회는 '박근혜 청문회'가 아니라 '최태민 청문회'라고 부를 만큼 최태민 관련 비리 의혹에 질문이 집중되었다.

이날 검증위원들이 3시간 동안 박근혜 후보에게 던진 질문 150개 가운데 무려 60여개가 최태민 목사 및 그 일가에 대한 것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이미 15년 전에 사망한 최태민 목사에 대한 의혹 말고는 물어볼 만한 의혹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질문 150개 가운데 60여개가 최태민 목사 및 그 일가에 집중

최태민 비리 의혹과 관련 박 후보는 "아버지는 친척도 엄격하게 관리했다"고 전제하고 "만약 이런 일이 있었다면 아버지는 용서가 없었을 것"이라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의혹을 차단했다. 그는 "대검에서 조사해 엄청난 비리가 나왔다면 왜 그걸 덮겠냐"라고 반문했다.

박 후보는 이어 "아버지 시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무조사 등이 있었고 저와 아버지가 매도당하던 시절인데 저와 주변을 왜 봐주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박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사실상 '정치적 유배' 및 은둔 생활을 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에 대한 항변이었다.


박 후보는 특히 자신이 최 목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풍문 얘기가 나오자, "정말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얘기, 나에게 애가 있다는 얘기까지 한다"며 "애가 있다는 근거가 있으면 데려와도 좋다, DNA검사라도 해주겠다"고 공세를 폈다.

그는 최 목사의 육영재단 운영 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순전히 오해이며, 최순실씨(최목사 딸)나 최 목사가 결코 육영재단 일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태민에게 고문 직함이 있었고, 직원들이 최태민에게 먼저 결재를 받을 정도로 재단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이런 얘기를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내가 무능하다든지 일을 할 줄 모른다든지 등 폄하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박 후보는 "최태민 목사는 나이가 많아서 기념사업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문이라고 예우해서 불러줬던 것뿐"이라며 "(내가) 이사장인데 그런 일을 모를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최 목사 일가의 육영재단 자금 착복 의혹에 대해서도 "천부당 만부당한 일로 말이 안된다"고 부인했고, 최 목사 딸의 강남 수백억대 부동산 보유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땅을 사고 팔았는지 알 수 없다"며 "저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최 목사가 결백하고 모함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 실체가 있는 게 나오면 내가 몰랐으니까 유감이고 잘못이다"고 답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9억원 아닌 6억원 받았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박 후보는 10·26 직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합동수사본부장을 겸한 전두환 보안사령관으로부터 9억원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10·26 사태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원을 생계비 명목으로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경황이 없을 때인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부름을 왔다는 분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법적 문제가 없다. 생계비로 쓰시라'고 해 감사하게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세간에는 10·26 직후 전두환 당시 합수부장이 청와대 금고에 있던 9억원을 유족 대표인 박 후보에게 주었는데 박 후보가 그 가운데 3억원을 수사 격려금으로 되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후보의 답변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3억원을 떼고 준 것으로 보인다.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의 성북동 주택 무상 증여 의혹에 대해서는 "신 사장이 아버님과 인연으로 성북동에 집을 마련했으니 이사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서 받아들였다"면서 "(증여세 납부 문제는) 세금 관계나 모든 처리를 알아서 한다고 해서 믿고 맡겼다"고 말했다.

그는 신 회장과의 과거 약혼설에 대해서도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영남대 이사장 재직 시절 경남기업에 영남대 관련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4군데 이상의 건설업체가 영남대 건설을 맡았고, 수의계약이 경쟁입찰로 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부인했다.

영남대 비리 의혹과 관련 "영남대 이사 시절 사실상 박 후보가 재단 운영을 좌지우지 한 것 아니냐"는 질문과 함께 1986~1988년 재직했던 김기택 영남대 전 총장의 사실 확인서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그는 "김기택씨는 이명박 후보의 사람"이라고 반격했다.

그는 "김씨는 누구보다도 열렬히 대구에서 사조직을 운영하면서 이명박 후보를 위해 뛰고 있다"며 "그런 특정 캠프의 핵심 관계자가 확인서를 검증위에 냈다면 이것이 신빙성 있는 자료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만약 우리 캠프의 핵심 참모나 멤버로 일하는 분이 이런 걸 내놓으면 저쪽(이명박) 캠프에서 믿겠느냐, 이건 신빙성 없다"고 일축했다.

검증청문회 향후 경선국면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

그는 유족들이 제기한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서도 "정수장학회는 현재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돼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나와는 관계가 없다"면서 "(영남대학과 관련해) 유족이 문제제기를 하려면 나보다는 이병철 전 삼성 회장께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이 합치는 과정에서 유족들이 이 회장께 학교를 맡아 달라 자진해 건의한 것을 그가 받아들여 학교를 키운 것이고 그 뒤에 박 전 대통령이 관여를 하신 것"이라며 "문제 제기를 한 유족과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문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박 후보는 "평소 느끼고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 있는 그대로 답했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실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국민들께서) 궁금증이 많았던 부분이 해소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문회 전날 안강민 한나라당 국민경선위원장은 '후보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문제삼으며 스스로 검증 활동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정당 사상 처음으로 열린 역사적인 검증청문회가 역사적인 '부실청문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검증청문회는 예상했던 것보다는 밀도있게 진행되었다. 검증위원들은 비교적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후보 또한 비교적 솔직하게 답변해 적어도 '면피용'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날 청문회 직후 "당의 대선후보에게 국민이 궁금해하는 여러 의혹들을 공개적으로 따져묻는 청문회를 개최한 일이 역대 어느 정당에서 있었는가"라고 반문하며 "비록 정치적으로 적진이지만 한나라당의 후보검증청문회에 박수를 보낸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3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가운데 유력 대선주자를 상대로 정당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이번 검증청문회가 향후 경선국면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그간 제기돼온 각종 의혹을 검증했다. 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청문회를 마친뒤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그간 제기돼온 각종 의혹을 검증했다. 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청문회를 마친뒤 나오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검증청문회 #최태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