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아, 그 때 제가 미치지 않고 잘 산 것은 정말…"
박 후보는 이 날 적절히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도 폈다. 특히 부모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씨를 언급하면서다. "엄청난" "상상할 수 없는" "가혹한"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박 전 대통령 사망 뒤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심경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그럼에도 그것을 제가 극복 했다" "제가 미치지 않고 잘산 것은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해 어려운 시절을 이겨낸 자신을 극대화했다.
TV로 생중계 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재차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그는 "유신시대에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희생되고 고통 받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만 드러내다보니 명확한 근거나 해명은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육영재단 이사장 시절 최태민 목사가 재단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질문이 나왔을 때다. 청문위원이 당시 주보를 제시하면서 "최 목사가 부지 내에서 근화원을 짓고 어린이회관 직원 대상으로 예배를 드렸다는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대뜸 "너무 잘못된 주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근화원을 짓는 것은 최태민 목사와 무관했다"며 "이와 관련 사안을 이사회에 붙여 결정하고 근화원을 지은 것이지 다른 사람이 짓게 만들었다든지 하는 것은 주보가 잘못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략③ 반격] "아니 그런 것도 안 알아보고 질문을"
반격도 있었다. 질문 중 영남대 이사시절 사실상 박 후보가 재단 운영을 좌지우지 한 것 아니냐는 대목에서 1986~1988년 재직했던 김기택 영남대 전 총장의 사실 확인서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박 후보는 "김기택씨는 이명박 후보의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씨는 누구보다도 열렬히 대구에서 사조직을 운영하면서 이명박 후보를 위해 뛰고 있다"며 "그런 특정 캠프의 핵심 관계자가 확인서를 검증위에 냈다면 이것이 신빙성 있는 자료이냐"고 되물었다.
또 박 후보는 "만약 우리 캠프의 핵심 참모나 멤버로 일하는 분이 이런 걸 내놓으면 저쪽(이명박) 캠프에서 믿겠느냐, 이건 신빙성 없다"고 일축했다.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약혼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또 "국민들이 보고 있는 생방송에서 결혼설 문제까지, 약혼설까지 질문을 한다는 게 적절치 않다고 느껴진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2002년 방북 때 정윤회씨와 동행했느냐는 질문에도 "통일부에 안 알아보았느냐"고 되받았다. 정씨는 최 목사의 사위이자 한때 박 후보의 입법보조원으로 일했던 인물로 아직까지 박 후보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박 후보는 동행설에 대한 물음에 "안했다"며 "그건 통일부에 알아보시면 되는데, 통일부에도 안 알아보시고 그런 질문을 하셨느냐"고 되물었다. 웃으며 한 말이었지만, 날이 서있었다.
▲한나라당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그간 제기돼온 각종 의혹을 검증했다. 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청문회에서 영남대 회계서류를 들고 답변하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보수색은 여전... 6년간 추도식 불참한 이유에 대해선 '묵묵부답'
한계도 드러냈다. 여전히 짙은 보수색이다. 대북정책과 과거사 인식, 국가보안법에 대한 시각이 유독 그렇다.
이날도 박 후보는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에 부정적인 견해를 거듭 내비쳤다. 박 후보는 "정권 차원에서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역사를 재단하는 건 잘못됐다"며 "역사는 어디까지나 역사학자나 중립적인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하는 혼란이 생긴다"며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5·16 쿠데타에 대해서도 "구국을 위한 혁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또 '10·26으로 청와대를 나온 이후인 이른바 '은둔의 18년' 동안 왜 (부모)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박 후보는 "추도식에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갈 수도 있는 것이다"고 답했다.
이에 청문위원이 재차 "6년간이나 참석을 안해서다, 여기서 답변을 끝내겠느냐"고 질문했지만, 앞에 놓인 서류들을 만지며 시선을 아래로 한 채 "네"라고 냉담하게 말했다.
▲한나라당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그간 제기돼온 각종 의혹을 검증했다. 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청문회를 마친뒤 나오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 | "박근혜 청문회? 최태민 청문회?" | | | 청문회 마친 박근혜 "어려운 질문 없었어요"... 박근혜 캠프 "90점!" | | | | 오후 12시 44분, 청문회를 마치고 나온 박근혜 예비후보의 표정은 담담했다.
청문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박 후보는 "평소 느끼고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 있는 그대로 답했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실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려운 질문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특별히 그런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박 후보는 "(국민들께서) 궁금증이 많았던 부분이 해소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게 '박근혜 청문회'냐, '최태민 청문회'냐"
박근혜 후보 선대위 소속 의원들도 박 후보의 답변에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이혜훈 대변인은 "90점"이라고 점수를 매겼다. 유승민 정책메시지총괄단장도 "후보가 차분하게 잘 답변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박 후보에 대한 질문이 고 최태민 목사의 비리 의혹에 집중된 데는 불만을 표했다.
이혜훈 대변인은 "얼마나 질문할 게 없었으면 죽은 지 15년 된 사람(최태민)에 대한 질문을 그렇게들 하시느냐"고 반문했다.
유승민 단장도 "박근혜 청문회가 아니라 '최태민 청문회'가 됐다"고 비꼬았다.
유 단장은 큰형과 처남 등이 거론되며 차명재산 의혹이 불거진 이명박 후보의 경우에 견주기도 했다. 유 단장은 "최태민은 후보의 처남도 아니고 친형도 아니지 않느냐"며 "이명박 후보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유 단장은 종교나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거론하며 "질문할 것이 없으니 그런 것들도 나온다. 의혹이 많거나 적거나 시간을 (이 후보와) 똑같이 3시간씩으로 맞춘 건 문제"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 김지은 기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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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박근혜의 여유 "기왕 얘기 나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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