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센터 구경? 그러다간 왕따 당해요"

을숙도에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하다

등록 2007.07.19 10:17수정 2007.07.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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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쉬어 가는 부산 을숙도(乙淑島)에 새로운 명소, 에코센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하필 태풍이 멀리서 지나가는 시점이라 바람은 많이 불고 사람들은 간간이 보였다. 에코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에코센터
에코센터이태욱
주전시장인 2층으로 올라가니 확 트인 공간이 나를 반긴다. 건물 한 면 전체가 을숙도 남단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유리벽으로 만들어져 속이 후련해졌다. 자연과 인공이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밀착된 느낌이다.


전면은 유리창으로 확 둟려있다
전면은 유리창으로 확 둟려있다이태욱
내부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자연에 대해, 철새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참 잘 만들었구나’ 하는 느낌은 들었으나 철새에 대해, 환경에 대해 공부했다는 마음은 별로였다. 환경과 철새에 대해 공부라기보다는 자연과 인간에 대해 사색만 했다는 느낌이 더욱 많았다. 공부도 하는 요령을 알아야 하는 모양이다.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뭔가 섭섭하여 진열된 물건을 정리하는 있는, 앳돼 보이는 숙녀분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철새에 문외한이라 그런데 이곳에 대해 설명을 좀 해 줄 수 있나요?”

어리고 귀엽게 생긴 숙녀는 약간 쑥스러워하며 자기를 따라오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 들어간 입구부터 잘못 들어갔었다. 내가 들어간 곳은 입구가 아니라 출구였던 것이다. 그러니 어찌 잘 학습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새소리 들어보기를 작동해주는 도우미 학생
새소리 들어보기를 작동해주는 도우미 학생이태욱
숙녀분은 자원봉사자였다. 이름은 윤지현(부산국제외고 중국어과 2학년)이고 부산에서도 거의 끝에 해당하는 해운대에서 반대로 끝인 여기까지 자원 봉사하러 다니며, 하는 일은 구경 오는 중국인을 상대로 이곳을 설명하는 일이란다.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하다. 우리 집 아이 역시 고2인데 오늘 친구들과 시내 영화 보러 간다고 하기에

“차 태워 줄 테니 친구들과 함께 에코센터 구경하자”는 말에


“아빠, 그러면 친구들한테 왕따 당해요. 친구들이 게임센터로 가자는 걸 설득해서 겨우 영화로 바꾸었는걸요.”

학생들 사이에도 이렇게 자연과 인공은 멀어져 있었다.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되는 에코센터

에코센터는 낙동강 하구 일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자연 생태계를 이용한 전시·교육·체험학습 공간으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된다. 관람객은 1층에서 2층으로 통하는 램프를 따라 올라가면서 낙동강하구의 생태계 구성을 관찰할 수 있다.

2층에는 위성사진, 지도, 영상물, 박제 등을 통해 하구의 생성역사와 습지보존의 중요성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다섯 개의 존(Zone)으로 구성되어 있다. 3층은 낙동강하구와 관련한 영상물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생태교육의 장이자 휴식공간이다.

그냥 혼자 볼 때와는 달리 설명을 듣고 보니 모든 게 참으로 잘 만들어져 있었다. 실제 크기의 고니 인형이 하나 있다. 이 고니의 들어보면 실제 고니의 무게란다. ‘좀조요’로 만들어진 판이 있다. 뚜껑을 열어보면 먹이가 적혀있다. 부리가 자석으로 된 새의 머리를 당기면 새의 먹이가 딸려온다. 모두 이런 식이다.

실제무게의 고니
실제무게의 고니이태욱
‘(문제) 다음 중 습지의 정의로 잘못된 것은 어느 것인가?’라는 문제의 질문 판이 있는데 판을 돌리면 뒷면엔 정답이 있다. 조금 전에 혼자 둘러보았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설명을 듣고 다시 보니 너무 재미있다. 아이들만 즐거운 게 아니라 어른인 내가 봐도 재미있다.

학습을 돕기위해 만든 여러가지 물건들
학습을 돕기위해 만든 여러가지 물건들이태욱
커다란 고니 머리를 달고 있는 망원경이 있었다. ‘아하! 재미있게 보라고 만들어 둔 망원경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 망원경을 통해보면 고니의 눈으로 보는 모습이란다. 신기해서 고니의 눈을 통해 사진을 찍으려니 고니의 눈이 허락하지(?) 않아 찍지를 못하고 겉모습만 찍어야 했다.

고니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망원경
고니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망원경이태욱
설명을 ‘듣고’와 ‘아니 듣고’가 이렇게 차이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같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대학교 일어과 4학년에 재학중인 언니가 한마디 거든다.

“우리들은 설명을 해드리고 싶은데 개중에는 조용히 관람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어 먼저 말 꺼내기가 곤란해요. 언제든지 요청하세요. 그럼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에코센터를 방문하시면 꼭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보기를 권한다. 도우미 학생들은 여러분을 친절히 안내해 드릴 것이다.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을숙도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이며 세계적인 관광명소이다. 이곳은 1966년부터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되었으며 10만여마리의 철새들이 쉬어 간다. 낙동강 하구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던 습지였다.

8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특히 1983년부터 시작된 낙동강 하구둑 공사로 인해 자연환경이 많이 훼손되었으나 아직도 세계적인 희귀조인 재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등이 날아와 겨울을 보낸다.

새의 모양을 딴 가로등
새의 모양을 딴 가로등이태욱
하지만 하구둑이 준공되고 개발이 가속화됨으로써 갈대숲은 점점 사라지고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어 철새의 종류와 그 수가 차츰 줄어들고 있다. 부산시는 그 대책의 하나로 을숙도 철새공원에 지상 3층 연면적 4075㎡(1233평) 규모의 에코센터를 건립했다.

부산시는 에코센터를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닌 세계적 철새도래지의 거점으로 관리하고 낙동강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생태교육·관광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낙동강하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생태관광코스도 구상하고 있다.

앞으로 을숙도 철새공원 안에 야생동물 치료센터와 하구 탐방체험장, 철새 애호가들을 위한 탐조대와 하구 전망대 등을 확충해 근처 맥도생태공원, 삼락강변공원 등과 연계한 탐조관광 코스로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에코센터는 올해까지는 무료이며, 내년부터는 유료로 전환된다고 하니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도로안내 : 부산시(2번 국도)→낙동강하구둑→을숙도휴게소→갈대밭
          
현지교통 : 
1) 시내버스 58, 58-1, 58-2번 이용 을숙도휴게소 하차

2) 부산역에서 59번 시내버스 이용, 하단로터리 하차 후 명지방향버스로 환승(58, 58-1번 버스)

3) 부산 지하철 1호선 이용, 하단역 하차 후 5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15분 소요, 하단역 5번 출구에서 버스 이용시 편리 (58, 58-1, 58-2, 마을버스 등)

관람시간 :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요금 : 내년부터는 어른 1천원, 청소년(만13∼24세) 5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12세 이하 65세 이상 및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면제.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은 휴관한다.

덧붙이는 글 도로안내 : 부산시(2번 국도)→낙동강하구둑→을숙도휴게소→갈대밭
          
현지교통 : 
1) 시내버스 58, 58-1, 58-2번 이용 을숙도휴게소 하차

2) 부산역에서 59번 시내버스 이용, 하단로터리 하차 후 명지방향버스로 환승(58, 58-1번 버스)

3) 부산 지하철 1호선 이용, 하단역 하차 후 5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15분 소요, 하단역 5번 출구에서 버스 이용시 편리 (58, 58-1, 58-2, 마을버스 등)

관람시간 :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요금 : 내년부터는 어른 1천원, 청소년(만13∼24세) 5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12세 이하 65세 이상 및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면제.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은 휴관한다.
#에코센터 #생태학습장 #을숙도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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