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선 '박근혜 청문', 밖에선 '이명박 성토'

[현장] 한나라당 검증청문위원회... 박사모 "이명박 전과기록 공개해야"

등록 2007.07.19 09:11수정 2007.07.19 16:00
0
원고료로 응원



[2신 : 19일 오전 10시 40분]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은 마치 '철옹성' 같다.

한나라당은 원활한 공중파 방송 생중계와 청문회 진행을 위해 청문회가 열리는 기념관을 철저히 통제했다. 건물 입구에는 남녀 경호원 20여명을 배치했다. 또 사전에 취재를 허가한 기자에게만 '언론'이라고 적힌 비표를 주고 그 외에는 출입을 금지했다.

이날 오전 8시 5분께 박근혜 예비후보가 도착해 백범 김구 동상에 헌화할 때에는 의원들과 기자들까지 막아 원성을 사기도 했다.

출입을 가로막자 박 후보 선대위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인 유승민 의원과 엄호성 의원 등은 "비표 달고 있는 사람은 들어가게 해야하는 것 아니냐", "기자들까지 막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항의했다.

기자들도 경호원들을 향해 "취재까지 막으면 어떡하느냐", "들어가겠다"며 출입을 요구했지만 경호원들은 강경했다. 박 후보가 헌화를 다 하고 나서야 경호원들은 옆으로 비켜섰다.


박근혜 지지자들, '이명박 성토' 대회 열어

곧 이어 오전 9시, 박 후보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됐지만 밖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병역, BBK, 뉴타운 개발, 차명재산 의혹 밝혀라."

안에선 박 후보의 청문회가 한창이었지만, 바깥에선 '이명박 성토대회'가 열렸다. 기념관 현관 앞은 '이명박 성토 플래카드' 8~9개로 둘러싸였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회' 회원 50여명이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며 현관 앞에 장사진을 친 것이다. 대부분 70~90대 노인들이다. 이들이 든 플래카드와 손팻말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들이 적혔다.

"남들은 공개하는 벌금 포함 전과기록은 왜 공개 못하세요?"
"이XX님, 전과기록 한번만 보여주세요! 14범? 17범?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말좀 해보세요"
"신종질병 초본 공포증 전과기록 기피증"
"천호동 뉴타운, 홍은프레닝 발전촉진지구 지정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
"서민은 생활고 시장은 부동산 투기냐"


어버이연합회 회원이라는 이강성(75)씨는 "박근혜가 아니고는 도저히 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이명박은 땅투기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버이연합회 회원은 95%가 참전용사들"이라며 "우리는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 이득봉(92)씨는 "전국민 앞에서 후보 검증을 하겠다더니 왜 국민을 못 들어가게 하느냐"며 "TV(생중계)로 보라니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그간 제기돼온 각종 의혹을 검증했다. 19일 오전 박근혜 후보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백범기념관 앞에서 대한민국 어버이회등이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투기의혹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그간 제기돼온 각종 의혹을 검증했다. 19일 오전 박근혜 후보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백범기념관 앞에서 대한민국 어버이회등이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투기의혹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박사모 "대선 후보, 벌금형 이상 전과도 제출하게 해야"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회원들도 청문회장을 찾았다. '박사모'는 기자들에게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벌금형 이상의 전과기록만 당 경선관리위에 제출하도록 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과 논란이 일었던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주장이다.

박사모는 "2003년 12월 26일 제정된 한나라당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을 보면 '벌금형 이상의 전과기록'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며 "그러나 이번 대선 후보의 경우에는 벌금형 이상의 전과기록은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을 변경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사모는 "일개 구의원에게도 적용되던 엄정한 규정을 왜 이번에는 바꾼 것이냐"며 "왜 개정했는지 누구의 요청에 의한 개정이었는지 강재섭 대표가 직접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뉴라이트청년연합'도 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후보 검증을 요구했다. 청년연합은 "경선 이후의 대동단결과 화합을 위해 이번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 청년연합은 엄정한 중립을 선언한다"며 "철저한 후보 검증으로 좌파 정권 교체를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은 인터넷 언론의 생중계를 불허했다. 또 기자실도 중앙 일간·방송 기자와 인터넷·지방 언론 기자실을 분리해 운영해 '불평등한 취재 제한'이라는 비난도 터져나왔다.


[1신 : 19일 오전 9시 11분]

한나라당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그간 제기돼온 각종 의혹을 검증했다. 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백범기념관에 들어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그간 제기돼온 각종 의혹을 검증했다. 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백범기념관에 들어서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면피용 청문회라구요? 일단 지켜보시죠."

19일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오전 9시부터 이곳에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국민검증청문회가 열린다. 오전(오전 9시~낮 12시 10분엔 박근혜 예비후보에 대해서, 오후(오후 2시~오후 5시 5분)엔 이명박 예비후보에 대해서다.

이날 후보보다 먼저 청문회장에 도착한 것은 청문위원들이었다. 청문위원들은 오전 7시께 기념관에 도착했다.

"준비 많이 했다, 예리한 질문도 많아"

안강민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장을 비롯한 청문위원들과 사회를 맡은 송지헌 아나운서는 청문회장(대회의실) 옆에 마련된 대기실에 모여 앉았다. 아침식사는 도시락이다.

"언론에서 '면죄부 청문회다, 솜방망이 청문회다' 그러는데 정말 그럴까요?"

위원들은 청문회를 앞두고 나온 언론보도에 민감한 듯 했다. '보도 안 된 새로운 질문도 있느냐'는 질문에 한 청문위원은 "아니, 하나마나한 청문회라고 (언론에서) 그러면서 그런 걸 물어보느냐"며 농담으로 받아쳤다. 하지만 내심 그간 언론 보도에 불만이 느껴졌다.

또 다른 청문위원은 "준비 많이 했으니 일단 지켜보시라"며 "예리한 질문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청문위원 중 하나인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자신했다. 인 위원장은 "국민검증청문회의 목적은 국민이 후보들에게 궁금해 하는 의혹들을 (국민을 대신해) 물어보는 자리"라며 "'면피'(용 질문)이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수사권 없는 검증위의 무기력함을 토로했던 안강민 국민검증위원장은 말을 아꼈다.

청문회에 앞서 만난 창과 방패... "대통령 되려면 누구나 검증은 필요"

오전 8시 5분, 박근혜 예비후보가 도착했다. 진회색 바지정장에 깃이 넓은 흰색 블라우스 차림이다. 기념관 주변에 모여 있던 지지자 30여명이 "박근혜, 박근혜"를 외쳤다.

박 후보는 백범 김구 선생 동상 앞에 먼저 가 헌화한 뒤 청문위원들이 있는 대기실을 찾았다.

박 후보는 차를 마시며 위원들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청문위원들은 '창'의 입장이고 박 후보는 '방패'의 입장이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박 후보는 청문위원들에게 먼저 "준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에 청문위원인 보광스님이 "여러 가지로 무리하셨는데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묻자, 박 후보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답했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우리가 심각하게 하더라도 이해하시라,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다" "기자들은 우리가 세게 질문하고 후보가 당황해야 잘했다고 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다른 청문위원도 "오늘 잘못했다는 소리를 자주해 달라"며 농을 건넸다. 박 후보도 미소를 지으며 "네, 당을 위해서 하시는 거니까요"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그간 제기돼온 각종 의혹을 검증했다. 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그간 제기돼온 각종 의혹을 검증했다. 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청문위원들의 조언 "잘못했다는 말을 많이 하시라"

박 후보는 청문위원들에게 "한나라당이 새로 하는 일들이 많다"며 "지난 번 정책 토론회도 처음이었고, 검증청문회라는 것도 정당사상 처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 박 후보는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누구나 검증이 필요하다"며 "일국의 대한민국 운명 맡는 사람인데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광스님은 "잘 마무리하면 오늘 대한민국의 국운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박 후보는 안강민 검증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나눈 뒤 후보자 대기실로 들어섰다. 청문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생중계된다.
#박근혜 #이명박 #한나라당대통령예비후보국민검증청문회 #인명진 #안강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