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출입문 용접은 심각한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 이랜드 점거 현장에 대해 긴급구제 권고

등록 2007.07.18 19:07수정 2007.07.1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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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코아노조원 200여명이 농성중인 서울 서초구 킴스클럽 강남점에서 회사측이 매장으로 통하는 출입문 밖에 열쇠를 채워 놓은 가운데 16일 오후 한 노동자가 출입문 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뉴코아노조원 200여명이 농성중인 서울 서초구 킴스클럽 강남점에서 회사측이 매장으로 통하는 출입문 밖에 열쇠를 채워 놓은 가운데 16일 오후 한 노동자가 출입문 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에 반발해 홈에버 상암점과 뉴코아 강남점 등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이랜드와 경찰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이하 인권위)는 18일 "노조원들의 시설점거 등이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이랜드 농성장의 소방시설 용접 봉쇄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회사의 시설관리를 감독해야 할 서초·마포소방서장과 이들의 상급기관장인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장에게 긴급 소방점검 등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이날 오전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이랜드 일반노동조합(위원장 김경욱) 등 3개 단체 소속 노조원들이 지난 16일 긴급구제를 신청한 데 대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 인권위는 신청 당일 홈에버 상암동 월드컵몰점과 뉴코아 강남점을 방문해 현장을 조사했다.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만 권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인권위의 권한을 감안하면, 이날 발표는 노조원들의 점거 현장에 대한 회사와 경찰의 인권침해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뉴코아노조원 200여명이 농성중인 서울 서초구 킴스클럽 강남점에서 회사측이 매장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용접하고 열쇠를 채웠다. 16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장조사를 나오기 직전 회사측이 용접부위를 뜯어내고 그을름 부분에 페인트를 칠해서 용접한 흔적을 지운 흔적이 남아 있다.
뉴코아노조원 200여명이 농성중인 서울 서초구 킴스클럽 강남점에서 회사측이 매장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용접하고 열쇠를 채웠다. 16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장조사를 나오기 직전 회사측이 용접부위를 뜯어내고 그을름 부분에 페인트를 칠해서 용접한 흔적을 지운 흔적이 남아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출입문 봉쇄에 용접까지... 심각한 안전 위협"

인권위는 두 매장에 대해 "방화셔터 등의 출입구를 용접 봉쇄한 조치는 노조원들 신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등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특히 용접 봉쇄한 뒤에도 잠금장치 등을 그대로 둔 것은 신체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코아 강남점의 경우, 인권위는 "회사가 지하 1층 매장 출입구 중 정문을 제외한 모든 문(비상구 포함)을 쇠막대기나 쇠사슬 등으로 용접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조사 당일, 회사가 용접 봉쇄한 부분을 해제했지만, 대부분 잠금장치가 그대로 있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한 "홈에버 상암점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방화문이 내려와 있었고, 방화문 가운데 쪽문조차 용접 봉쇄된 상태였다, 하지만 농성자들에 의해 뜯겨 있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어 "1층 정문 외에 6개 출입구(비상구 포함) 등이 있었지만, 방화셔터 등으로 차단한 것은 '소방 유지관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인권위는 "최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등 화재 참사 교훈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생명권과 직결된 호방시설 훼손이나 폐쇄 등은 엄하게 금하고 있다"며 "특히 경찰 병력과 회사측 경비용역 등이 엄격한 출입 통제를 한 것을 현행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출입구 용접 봉쇄가 경찰의 지휘하에 이뤄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주목하고 있다"며 "긴급구제보다는 시간을 갖고 경찰의 지휘 내용, 진술의 진위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경찰이 노동자들의 가족 면회를 제한하는 등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회사의 시설보호 요청에 따른 것으로 긴급한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이 노동자들의 생필품 등을 검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성용품 검사를 위해 여경을 배치하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등 3개 단체는 "경찰이 생필품 반입을 통제해 노조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가족면회와 자유로운 출입 등을 제한하고 있다"며 "회사 또한 방화셔터를 내려 용접 봉쇄해 화재 등이 발생하면 신체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긴급구제를 요청한 바 있다.

이랜드그룹 계열인 뉴코아노조원 200여명이 농성중인 서울 서초구 킴스클럽 강남점에서 회사측이 매장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밖에서 용접하거나, 열쇠를 채워 놓아서 불이 날 경우 농성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등 심각하게 인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자 16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들이 현장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랜드그룹 계열인 뉴코아노조원 200여명이 농성중인 서울 서초구 킴스클럽 강남점에서 회사측이 매장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밖에서 용접하거나, 열쇠를 채워 놓아서 불이 날 경우 농성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등 심각하게 인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자 16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들이 현장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랜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뉴코아 #홈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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