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청문회를 하루 앞둔 18일 오후 안강민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장(가운데)이 이주호 간사(왼쪽), 김명곤 조사단장과 함께 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내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검증과 관련, "완벽한 검증자료를 보여드리지 못하고 물러나는데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검증위원장을 또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면 거절할 생각인가?"
이명박ㆍ박근혜 한나라당 대통령 예비후보에 대한 후보검증 청문회를 하루 앞둔 18일 오후. 안강민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회 위원장(변호사, 이하 검증위)에게 <오마이뉴스>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20여분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를 나서던 참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안 위원장의 입에서는 "그렇다"는 답이 나왔다. 안 위원장 스스로 검증 활동의 한계를 절절히 느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강재섭 대표까지 나서서 "정당사상 최초로 대선후보에 대한 공개청문회"라고 자부하면서 "모든 검증은 당 검증위에 맡기라"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검증위원장 스스로가 검증 활동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말았다.
"완벽한 검증 못해 송구스러워... 후보들 불성실"
앞서 오후 2시에 열린 기자회견. 한나라당사 기자실에 들어선 안 위원장의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다.
그는 기자회견과 일문일답을 통해서 검증 과정의 어려움을 조목조목 토로했다. 기자회견문 끝에는 아예 "완벽한 검증자료를 국민께 보여드리지 못하고 물러나는 데 대단히 송구스럽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가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후보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였다. 수사권이나 조사권이 없어 후보들의 자발적 협조를 거듭 요청했지만 헛수고였단 뜻이다.
안 위원장은 "당사자 본인이 제출하지 않는 한 검증위로서는 개인 신상이나 재산 등에 대한 공공기관의 자료에 접근할 길이 없다"며 "금융관계 자료는 물론이고 주민등록 관계나 부동산 관련자료·수사기록·판결문 등도 열람할 수가 없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이어 안 위원장은 "따라서 후보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관계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때로는 제출 기한을 연장하면서까지 독촉했다"며 "그러나 이에 불응하거나 질문서에 대해 불성실한 답변을 보내오곤 했다"고 밝혔다.
또한 안 위원장은 "때로는 자료제출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는 제출했다고 발표하거나 검증위의 독촉에 검증목적과는 관계없는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참고인들도 검증위의 출석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그는 "수사권이나 조사권이 없어 참고인 등 관계자들도 대부분 출석에 불응했다"며 "검증 실무위원들이 직접 찾아가 진술을 청취해야하는 등 자료 확보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안 위원장은 "(당 검증위의 검증 실효성에) 나도 상당히 의심을 갖고 있다"며 "당에서 하는 후보검증 청문회가 필요한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권이 없어 검증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후보의 친ㆍ인척도 비협조적" 이명박 간접 지목
그러면서 안 위원장은 이명박 예비후보 측을 간접적으로 지목, 불만을 내비쳤다. 안 위원장은 "후보의 친ㆍ인척의 경우, 후보들이 제출을 도와달라고 부탁도 했다"며 "하지만 그게 잘 안됐다"고 말했다.
'제출요구에 불응한 대표적인 사례를 말해달라'는 질문에는 "금융관계 자료"를 들었다. 조사단장인 김명곤 변호사가 옆에서 "나중에서야 자료 일부를 제출했다"고 거들었다. 기한을 넘겼는데도 요구한 자료를 다 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편, 한나라당 검증위는 지난 5월 구성됐다. 대검 중수부장, 서울지검장 등을 역임한 안강민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검증위원은 모두 8명이다. 당내에선 이주호 의원(간사)이 참여했고, 나머지는 모두 외부 인사로 법조계와 학계, 종교계, 감사원과 국세전문가 출신 등이다.
검증위는 그간 ▲후보자 자질과 도덕성(후보자 공ㆍ사생활) ▲재산·병역·범죄경력·납세 ▲공신력 있는 언론에 보도돼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사항 ▲그 외 검증위 의결로 결정된 사항에 한해 검증활동을 벌였다.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차명재산 의혹 등 총 22건,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육영재단 관련 의혹 등 총 12건을 검증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검증위는 밝혔다.
김명곤 조사단장은 청문회와 관련해"예상치 못한 질문도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