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이 붉어서 그런지 괜히 불길해 보였어요. 겉모습만 보고 무조건 독버섯으로 쳐 버렸는데, 무섭게 생겼죠?이승숙
"여보, 오늘 주제는 버섯이다 버섯. 이야, 이야기가 술술 나오네. 그림이 저절로 그려진다."
괜히 흥이 난 나는 신이 나서 외쳤다. 좀 전까지만 해도 헉헉대던 산길이 그 때부터 하나도 힘이 안 들었다. 버섯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방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에 버섯들이 많았다. 생긴 모양새도 다르고 색깔도 다른 버섯들이 막 보이는 거였다. 앞서가던 남편은 좀 색다른 버섯만 보이면 여기 와 보라고 불렀다.
버섯이라면 다 독버섯으로 봤는데...
"당신 전에 버섯에 관심이 많았잖아. 난 당신이 버섯 따와서 요리해 달라고 할까봐 무서웠는데 요새는 버섯 안 찾데? 여기 먹을 수 있는 버섯 없어?"
버섯 따서 먹자고 할까봐 겁을 먹으면서도 그래도 혹시 먹을 수 있는 버섯이 없을까 하고 물어봤다.
"다 독버섯처럼 보이네. 아는 버섯이 하나도 없다. 색깔이 곱고 예쁘게 생긴 버섯은 다 독버섯이라잖아. 버섯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없나?"
"왜 없을까? 사진 찍어서 버섯 전문가에게 물어봐. 인터넷에 올리면 전문가들이 다 답해 줄 거야."
"전에 어른들은 먹는 버섯 잘 알던데 요새 젊은 사람들은 버섯 잘 몰라. 버섯이라면 느타리나 표고 같이 파는 버섯밖에 모르잖아."
"그러게 나도 버섯은 잘 모르겠더라. 전에 우리 할부지는 산에 갔다 오실 때 싸리버섯 따와서 반찬 하라고 엄마 주시곤 했는데, 그 싸리버섯 어릴 때 먹어보고는 한 번도 못 먹어봤네. 지금은 멸종됐을까?"
우리 둘은 어릴 때 먹어봤던 버섯들을 되뇌어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