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3억 이슬람과 싸우려 하나

[주장] 레바논 파병의 호전성과 위험성

등록 2007.07.17 19:38수정 2007.07.17 22:19
0
원고료로 응원
국방부는 지난 6월 14일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보도자료를 통해 특전사 장병들과 일부 공병·의무 병력으로 구성된 총 350명의 '동명부대'를 레바논에 파병한다고 밝혔다. 7월 4일 350명 중 61명을 선발대로 레바논 남부지역의 티르에 파병하였고, 나머지 본대는 19일에 파병할 예정이라고 한다.

레바논에 파병할 동명부대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의 일원으로서 다수가 특전사로 구성되어 있다. 6월 14일 연합뉴스에 보도된 국방부의 보고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레바논 파병부대인 동명부대는 레바논 남동 지역에 위치한 티르 지역에서 헤즈볼라를 비롯한 레바논 무장세력의 무기반입 및 적대행위를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정의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엔평화유지군의 목적이 수상하다는 견해에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대신 레바논 내부의 특정 세력에게 감시의 총구를 들이대는 것으로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이름은 '평화유지군'이지만...

지난해 8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한 이후 유엔안보리에서 통과시킨 결의안 1701호에도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침공에 대한 문제제기는 빠져 있다. 그래서일까. 이스라엘 침략군과 맞섰던 헤즈볼라는 "유엔은 쿠웨이트를 침공한 사담 후세인을 제재했지만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 총리 올메르트에게는 그런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유엔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레바논 정세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레바논은 전통적으로 친서방파 외에 이슬람교의 시아파, 수니파뿐 아니라, 기독교의 여러 정파들이 연합한 형태로 정권을 유지해 왔다. 이슬람 시아파에 속하는 헤즈볼라 역시 선거를 통해 레바논 정계에 진출하여 정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니오라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이스라엘의 침공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으로도 모자라 계속해서 친서방 노선을 걸으며 다른 정파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그래서 헤즈볼라는 지난해 11월 연립내각을 탈퇴하고 내각 사퇴와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투쟁에 돌입해 지금까지 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레바논 내에서 하나의 큰 축을 담당하는 헤즈볼라를 불법단체로 여기고 무장해제를 시도한다면 이는 또 다른 전쟁을 야기하는 것이다. 헤즈볼라의 중심인물인 나와프 무사위 국제국장은 특별 취재를 위해 레바논에 간 박노해씨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군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리자로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시도한다면 누구도 원치 않는 비극적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6월 19일 연합뉴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파병하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레바논의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현지 임무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18가지 우발상황"에 대비하여 온갖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과거 어느 파병부대보다도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훈련장면을 공개하기도 한다.(7월 12일 KBS, SBS 뉴스)

또 다른 전쟁에 말려들 수 있다

지난 5월 20일에는 미국 등 서방세계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정부군이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난민촌을 근거지로 저항해 온 민병조직인 파타 알-이슬람을 목표로 한 공격이었다고는 하지만 무고한 사상자 수가 늘어나면서 아직도 혼전 중이다. 미국은 5월 24일부터 사흘간 수송기 8대 분량의 탄약과 각종 군사장비를 레바논 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로이터통신에서는 미국이 지원한 물품이 신경가스와 집속탄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레바논 군과 파타 알-이슬람 세력의 무력충돌이 벌어지던 중, 한편으로는 유엔군 소속의 독일 해군이 레바논 정부군과 함께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공격했다는 AFP 통신 보도 내용이 파문을 일으켰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유엔평화유지군은 소위 '감시와 정찰' 임무를 벗어나 직접 무기를 들고 분쟁에 개입한 것이다. 우리로서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급기야는 6월 24일 유엔평화유지군을 공격 목표로 하는 폭탄공격이 남부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공격으로 유엔군 병사 6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8명의 사상자가 생겼는데, 1701호에 따라 유엔군을 증강한 이후 유엔군이 공격을 받아 희생자가 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6월 25일 한겨레)


이 지역은 한국군 파병 예정지인 티르에서 불과 20Km 거리밖에 안 되는 곳이다. 특히 한국군이 주둔할 지역에 '샤브리하'와 '라쉬디에'라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있기 때문에 레바논 군과 파타 알-이슬람 세력 간에 내전이라도 벌어지면 금세 휘말려 들어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13억 이슬람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면

현재 레바논 국민의 80%는 외국군대 주둔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침략전쟁이 명백한 이라크전쟁에 군대를 보낸 데 이어, 작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침공했을 때는 침묵하다가 이번에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기울어진 결의안을 근거로 레바논 평화유지군에까지 가담하는 한국이 어떻게 보이겠는가. 가슴에 한을 품고 외침에 저항하는 무장조직들의 또 다른 표적이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레바논은 최근에도 격렬한 교전이 진행 중이고, 다가오는 9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어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상할 수 없다.

이번 파병으로 한국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이어 레바논까지 파병하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 미국과의 동맹을 위해 4, 5년째 파병에 매달리며 중동의 13억 이슬람 민중을 적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짓은 '정책'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사대주의 행각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레바논 파병을 철회하라.

덧붙이는 글 | 조장원 기자는 <파병철회네트워크(antipb.net)>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파병철회네트워크>와 네이버 블로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조장원 기자는 <파병철회네트워크(antipb.net)>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파병철회네트워크>와 네이버 블로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동명부태 #레바논파병 #파병철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