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억원 조각공원, 거 참 보기 싫네"

[여수시 돌산도 ⑤] 무슬목 1차 개발사업의 현주소

등록 2007.07.17 15:14수정 2007.07.17 17:22
0
원고료로 응원
전남 여수시 돌산도 무슬목 몽돌밭에 설치한 조각품입니다.
전남 여수시 돌산도 무슬목 몽돌밭에 설치한 조각품입니다.임현철
자연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고 멋입니다. 그래서 자연은 삶에 활력과 여유를 주는 것이겠지요. 여행의 맛은 바로 활력과 여유를 찾음에 있을 것입니다.

전남 여수시 돌산도 무슬목은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무찌른 전략적 요충지로 해돋이, 바다 위의 섬·몽돌·해변·소나무 등의 자연을 접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여수시는 이 곳을 개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여수시 오동도 잔디밭에 세워진 조각품. 위의 것과 비교하면 작품의 느낌이 다릅니다. 그만큼 조각품은 어디에 배치하는가 또한 중요합니다.
지난 1월 여수시 오동도 잔디밭에 세워진 조각품. 위의 것과 비교하면 작품의 느낌이 다릅니다. 그만큼 조각품은 어디에 배치하는가 또한 중요합니다.임현철
개발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멋스러움을 강화시켜 여행의 맛을 찾게 하는 작업이어야 합니다. 게다가 주민들의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상당수 개발은 파괴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것이 '개발'에 대한 환경론자와 개발론자의 차이점일 것입니다.

"조각공원은 무슨~ 예산 쓸 데가 그리 없나"

여수시가 준비 중인 '충무공유적군 역사기행지구' 개발은 민자 등을 유치, 총 807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토지이용 및 시설계획을 보면 대미산과 소미산, 목장용지와 연계하여 충무공 수련원·이순신 테마촌·이순신 광장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여수시는 그 1차 사업으로 조각공원과 주차장을 조성해 볼거리를 더했습니다. 이로 보면, 참 자랑할 만한 일입니다. 여기에 전남도가 지난 1998년 개관한 해양수산과학관까지 더해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관광지입니다.

여수시의 무슬목지구 개발 조감도.
여수시의 무슬목지구 개발 조감도.임현철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무슬목의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현장이 되었습니다. 전남도의 해양수산과학관이 "무슬목 복판에 들어서는 바람에 아름다운 경치를 가로막아 숨막히게 한다"는 비난이 빗발쳤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지자체의 개발 방향이 '진정한 개발'인지 의구심이 들게 만듭니다.


개발은 자연감상을 더해줄 부차적인 것이어야 하는데, 건축물이 주체로 나서는 형국입니다. 여수시의 1차 개발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민 김씨는 1차 개발사업에 대해 "허~, 조각공원은 무슨 조각공원, 저것이 경관을 망치는 거지 무슨 조각이여, 아무리 예산 쓸 데가 없다고 저렇게… 허허"라고 말합니다. 한 예술인은 "작품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 수 없고, 조각품의 위치와 배치가 맞지 않아 자연의 여유로움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31억여 원의 예산을 날렸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말았습니다. 이로 인해 여수시는 새롭게 60여억 원의 예산을 들일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입니다. 31억여 원을 낭비한 현장에 또 60여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 합니다.

그럼, 여수시가 1차 사업으로 완공한 조각공원과 주차장조성사업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남도가 지난 1998년 개관한 해양수산과학관은 무슬목 중앙에 건립되어 아름다운 경치를 막아 숨이 막힌다는 비난이 일었었습니다.
전남도가 지난 1998년 개관한 해양수산과학관은 무슬목 중앙에 건립되어 아름다운 경치를 막아 숨이 막힌다는 비난이 일었었습니다.임현철
무슬목 1차 정비사업, 당초 31억여 원으로 부지 매입 등 추진

여수시가 무슬목에 지난 2004년 6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진행한 '문화ㆍ관광권 기반정비공사' 사업은 주차장 확보사업과 조각 작품 설치를 위해 행정자치부 특별교부세 14억9000만 원과 시비를 포함, 총 31억28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습니다.

'조각 작품 설치', 일명 조각공원 사업은 12억4500만 원의 예산으로 조각품 13점 등의 시설을 설치, 미래 관광수요에 대비할 계획이었습니다. 주차장 확보사업은 18억8300만원(부지 매입비 10억3300만원 포함)을 투자, 교통편의 제공과 수려한 해양과 조화된 문화관광 자원개발 명목이었습니다.

사업계획만 보면 무슬목 입구의 주차장으로 사용했던 사유지(굴전 1262번지 일원) 8598㎡(2600평)를 매입하고, 그 옆으로 잔디광장과 조각공원 그리고 샤워장, 체육시설, 공원, 산책로 등을 만들어 교통편의와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누가 봐도 수긍할 만한 계획이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주차장 매입을 둘러싼 가격차와 사업기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여수시는 2005년 12월말까지 사업 착공을 하지 않을 경우, 행정자치부의 특별교부금을 반납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그 해 9월 부랴부랴 사업추진에 나섰습니다.

기존의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곳은 황폐화되어 관광객을 쫓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존의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곳은 황폐화되어 관광객을 쫓고 있는 실정입니다.임현철
사업계획 변경 후 완공... 오히려 관광객 불편 초래

우선, 주차장 매입을 위해 여수시는 공시지가가 1㎡당 9만5000원(평당 31만원)이던 지가 감정에 들어간 결과 1평당미터당 13만~18만원(평당 43만~60만원)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시는 10억원의 예산을 확보, 지주들과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가격차로 인해 여수시가 부지 매입을 포기하고 사업계획 변경을 하였습니다.

여수시의 계획 변경 내용을 보면 기존 주차장 부지 1262번지 일원 2600평에서 도로 건너편의 1258번지 일원 2천여평 매입으로 바뀌고, 주차장 마련 등에 18억8300만원을 쓰는 것으로 변했습니다. 또 잔디 위에 조성키로 했던 조각공원은 몽돌과 해송 사이로 이전키로 하고 국비 반납 기일을 며칠 앞둔 2005년 12월 29일 공사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땅 소유자들은 기존 주차장 부지 땅을 파헤치고 철조망을 치며 반발, 무슬목 진ㆍ출입이 막힌 관광객들은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여수시가 추진한 사업은 완공 이후 오히려 비난과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굴전 이경태 이장은 "조각공원과 주차장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관광 활성화가 안되고 있다"며 한탄했습니다. 주민 박진영씨는 "바로 옆에 전남도가 지은 해양수산과학관은 80만원에 부지를 매입했는데 여수시는 60만원에 매입하려고 하니 지주의 반발은 당연하다"면서 "수십억 원을 들여 신설한 주차장 이용객도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몽돌밭과 조각공원 사이에 조성된 투스콘 산책로는 자연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불만입니다.
몽돌밭과 조각공원 사이에 조성된 투스콘 산책로는 자연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불만입니다.임현철
정부의 감사 후, 2차 사업 진행 검토해야

이와 관련, 여수시 관계자는 "부지 매입이 안돼 주차장은 도로 건너에 잔디 위에 있어야 할 조각품이 돌 위에 세워져 빛을 바랬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국비를 반납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무슬목은 당초 전남도가 추진했던 해양수산과학관이 들어선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면서 "그것부터 뜯어내야 무슬목 사업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여수시는 최근 2차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업계획을 보면 국비 23억7100만원, 시비 23억7200만원 등 총 65억9300만원의 사업비로 부지매입 6611㎡, 주차장시설 4958㎡, 자갈밭 정비 12000㎡, 조경시설, 조각품 이설 등입니다. 결국 국비 반납 기일에 쫓겨 졸속으로 완료한 사업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잘못을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겠지요. 31억여 원의 기존 사업비에 64억여 원을 들여 다시 하는 사업이니만큼 명확히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감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를 하면 잘못된 예산 집행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고 예산낭비를 막을 것인데 말입니다. 그만큼 개발사업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나저나 무슬목의 자연 속에서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봅니다.

기존 주차장 매입 실패 후 여수시는 도로 건너편에 주차장을 마련하였으나 이용객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주차장 매입 실패 후 여수시는 도로 건너편에 주차장을 마련하였으나 이용객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임현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BS U포터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수시 #돌산도 #무슬목 #해양수산과학관 #개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