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여성기업 '군침'

여성CEO들 경영권 방어 허술...매년 5~10개사 희생양으로

등록 2007.07.16 10:24수정 2007.07.16 10:24
0
[김민정 기자] 국내 산업계에 인수·합병(M&A) 열풍이 뜨겁다.

최근 몇 년 사이 두산이 대우종합기계, 한화가 대한생명,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해 몸집 불리기와 성장성 확보에 성공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공격적인 M&A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증시 호황으로 매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가격은 저렴하되 경영환경은 좋은 알짜 중소기업들까지 이 열풍에 편승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성기업들에게는 최근의 이런 움직임이 달갑지만은 않다.

M&A가 특화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의 도약을 위한 좋은 기회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여성기업이 적대적 M&A 공세에 상대적으로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계에서는 유통이나 정보기술(IT) 등의 분야에서 매년 5~10개 정도의 여성기업들이 적대적 M&A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힘없는 중소기업, 특히 여성기업들을 노리는 ‘기업사냥’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문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대표는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정상적인 방식이 아닌 적대적 M&A의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일단 계약이 이뤄지면 잔금을 치르기 전에 경영권을 넘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의 정보가 공유되면서 회사의 약점을 볼모로 잔금을 주지 않는다든지, 기존 계약 내용 자체를 바꿔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부대표는 특히 “여성기업의 경우 아직까지 네트워킹이나 M&A 관련 정보 수집 능력이 취약한 곳이 많기 때문에 이 같은 피해에 더욱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면서 “만일 M&A를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매도·매수 시 어떤 사업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준비를 철저히 한 후 전략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인협회 관계자도 “최근 여성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금융이나 세제 등 제반 조건에서 남성기업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서 이제는 애써 키운 기업이 적대적 M&A의 표적이 되고 있어 씁쓸하다”며 “무엇보다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규모의 경제나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볼 때 M&A 시장에서 여성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성호 기업M&A 대표는 “마땅히 새로 들여올 사업이 없는 현실에서 신사업 육성보다는 기업 간 인수·합병이 경쟁력이 있는 만큼 여성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M&A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대상을 선정하고 ▲강한 핵심 사업을 키우며 ▲얻고자 하는 가치를 뚜렷이 정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우먼 #기업합병 #M&A
댓글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3. 3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4. 4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