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열매와 지천명

어제를 바탕으로 내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등록 2007.07.12 20:01수정 2007.07.12 20:01
0
원고료로 응원
오동나무에 열매가 탐스럽다. 사과만큼 크지는 않지만 아담한 크기여서 더욱 정이 간다. 포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아서 좋다. 포도송이는 조금 답답한 느낌이 난다. 그러나 듬성듬성 열려 있어 여유 공간이 있다. 넉넉함이 배어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우아할 수가 없다.

오동 열매
오동 열매정기상
모악산(전북 완주군)을 올라가는 중턱에 나무는 서 있다. 등산로 한 쪽 구석에 서서 산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마음껏 주고도 넉넉함이 그대로 볼 수 있다. 나누는 일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오동나무가 전해주는 지혜가 가슴에 와 박힌다.


보랏빛 꽃으로 우뚝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어느 사이에 열매를 맺었을까. 자연의 경이다. 시간의 마법이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니, 어김없이 열매를 맺는 것이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꽃이 피었는데, 시간이 지났어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어제는 회환으로 얼룩져 있고 내일은 희망의 시간이다. 그 사이에 있는 오늘은 아주 소중하다. 현재가 빛나지 않는다면 행복할 수 없다. 고뇌와 아픔으로 그득 넘치게 될 것이다. 오동나무의 열매가 우뚝할 수 있는 것은 현재에 충실하였기 때문이다. 햇볕을 받아서 탄소동화작용을 열심히 하였기 때문에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제의 회한
어제의 회한정기상
시간의 마법이 언제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꽉 채우지 않으면 세월도 힘을 잃는다.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다. 충실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쭉정이만 남아 있을 뿐이다. 모양은 열매이지만 그 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이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열심히 오늘을 채우는 사람에게는 대가를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

오동 열매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열매는 현재다. 현재의 모습을 하기까지에는 숱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열매가 가지고 있는 사연들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많은 것을 깨우칠 수 있다. 오늘은 단순하지 않다. 과거의 축적이 바로 지금인 것이다.

공자님은 나이 50살이 되면 지천명에 이른다고 하였다. 지천명이란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의미이다. 하늘의 뜻이란 무엇일까. 나이 마흔은 불혹이라고도 하였다. 불혹이란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살아가면서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바르게 세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를 들여다본다. 당연 고개가 옆으로 흔들어진다.


지천명
지천명정기상
물론 성인과 범부인 나를 비교한다는 것은 어부성설이다. 그렇지만 성인을 닮고는 싶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지 오래되었고 지천명의 나이도 지났다. 이제 이순의 나이를 향해 밀려가고 있다. 그런데 아는 것이 없다. 하늘의 뜻을 알기는커녕 더욱 더 어려워진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조차 애매해지고 있다.

파란 하늘에 고개를 들고 있는 오동나문 열매를 바라보면서 시간의 마법을 생각한다. 오관을 통해서 감지하는 현실의 모습은 홀로 독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과만을 보게 되면 희망을 가질 수 없다. 내일에 대한 기대도 설렘도 가질 수 없다.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내일이 빛날 수 있다.


내일의 희망
내일의 희망정기상
오동 열매를 보면서 오늘에 감사하게 된다. 어제를 바탕으로 내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내일이 있기에 오늘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즐거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늘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나의 얼굴 또한 지난날이 모아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열매가 싱그럽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완주군 모악산에서 촬영

덧붙이는 글 사진은 전북 완주군 모악산에서 촬영
#오동나무 #정기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