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길에서 저수지 수면을 바라본다
소금쟁이, 물방개, 물자라가
의좋게 헤엄치고 있다
다들 내 어린 날의 소꼽친구들이다
노린재 물장군과에 속하는 수서곤충인
물자라의 암수를 구별하려면
등만 보면 된다
납작한 등에
암컷이 낳아준 알덩이를
잔뜩 짊어진 걸 보니
저 녀석은 수컷이 틀림없다
머지않아 알이 부화할 때가 가까워지면
저 녀석은 물가로 걸어 나가서
알을 하나씩 내려놓은 다음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생을 마감할 것이다
이러한 물자라 수컷의
지극한 부성애는
인간에게조차 귀감이 될만한 갸륵한 것이다
최근 어느 재벌 총수는
아들이 얻어맞은 데 대한 분풀이를
자신이 직접 나서서 대신해준 바 있다
어쩌면 그는 전생에
물자라였는지도 모른다
이후로는 도리어 그가
물속 생활이 힘든 나머지
암컷이 부착시켜준 알덩이를
그만 팽개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물자라 수컷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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