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이자 살림집정기석
"고향마을을 위해 뭔가 일을 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아요. 더군다나 집안의 손윗분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어서 한참 아래인 처지에 나서기도 그렇고요. 그래서 귀농해 농사를 짓는 몇 농가와 의기투합해 '앙성농군'이라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어요. 도시민들을 마을로 초대해 농사나 도예 체험 행사도 하고 농산물도 직거래하고 했지요. 하지만 그 중 몇 가구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도 했고요. 많이 가지지 않고 귀농해서는 살기 어렵잖아요?"
농사를 생업으로 삼지는 않지만, 농촌에서 나고 살고 있는 이준우씨는 농촌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 마을이 하나가 되어서 해야 한다는 마을 만들기나, 서로 다른 여럿이 모여 서로 같은 하나처럼 살아야 하는 공동체 마을이니 하는 이른바 마을사업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 참, 요 옆 마을에도 신문에 귀농일기도 연재하고 책도 펴낸 알만 한 귀농인 부부가 집과 땅을 내놓았다고 해요. 그만큼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지요."
그렇지않아도 언젠가 TV에 나와 화제가 된 전라도 무주 산골의 젊은 귀농 부부가 얼마 전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는 뒷이야기를 들었던 참이라 더욱 씁쓸했습니다.
집터는 3천 평의 대지 위에 널찍한 작업장과 살림집이 한데 붙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당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앞마당에까지 그동안 이준우씨 부부가 땀으로 빚어낸 역작들이 즐비합니다. 저마다 자유롭게, 그러나 조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무지갯빛인 듯 다양한 빛깔과 모양의 도자기들이 빼곡합니다.
"가마는 두 개가 있습니다. 석유가마와 장작가마입니다. 석유가마는 일률적인 색깔을 내야할 때 주로 씁니다. 장작가마는 연기와 온도의 변화를 가해 다양한 색의 작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이 씁니다."
이준우씨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뒤 유럽으로 건너가 공부할 때 집중한 화두가 '전통'이었다고 합니다. 유럽은 아주 사소한 물건도 전통 그대로 전해져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 도자기는 전통적인 것이라고는 목물레 정도만 겨우 남아있는 현실이 몹시 안타까웠습니다.